손연자 作 ‘여유로움’ /신세계갤러리 제공

광주미술계의 큰 어른이자 지역 서양화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원로 작가는 남구 석정동에 위치한 작업실 ‘훈석원’(薰石苑)에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이면 클래식FM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닭이 낳은 달걀을 정리하며 채소와 버섯을 손질하는 게 일상이다. 대학 강단을 떠난 지도 어언 7년, 현업을 떠난 지금 예술가로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그것도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부인과 함께 말이다.

서양화가 최영훈 화백과 조각가 손연자씨의 이야기다. 지난 반세기 넘도록 함께 예술 활동을 해 온 70대 원로 예술가 부부가 또 한번의 부부동반 전시를 연다. 올해로 72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각자의 색깔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부동반 전시는 11년 만,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선 2003년 4월 함께 개최한 전시 이후 15년 만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동행-최영훈·손연자 초대전’을 연다.

전시에선 감각적인 색채로 꽃과 나무, 다채로운 풍경을 그려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최 화백의 회화작품 18점과 인간 세상의 신산(辛酸)을 형상화한 손씨의 ‘군상’ 조각 4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최영훈 作 ‘봄날의 꿈’

최 화백의 작품은 형태보다는 색채를 중심으로, 색면추상과 구상회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꽃과 나무를 구상적으로 그린 듯 하지만, 그려진 대상의 윤곽선은 보이지 않고 보색대비의 대담한 색면은 추상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삶 속의 ‘생동하는 즐거움’을 구현한다.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구도와 구체적인 묘사의 생략으로 색채를 가장 돋보이게 표현해냈다. 특히 두껍게 발라 올려진 물감의 표면에서 발하는 색상은 캔버스에 꽉 차 강렬한 작가의 감정을 표현한다.

조각가 손연자는 인간 군상을 조각으로 만든다. 기존엔 작품에 사용된 재료가 부각되도록 작업했다면, 이번 전시에선 새로 선보이는 작품은 다채로운 색상을 띠면서 전보다 절제된 모습을 한 인간 군상을 감상할 수 있다.

군상 속 인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피부와 머리색을, 같은 푸른색 계열의 의상이지만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군상의 모습으로 함께 하는 세상살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다.

한편, 최 화백은 조선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조선대에 재직했으며 뉴욕, 오사카, 서울, 부산, 광주 등지에서 개인전 23회, 초대전 300여회를 가졌다. 조선대 미술대학장(1995-1997), 광주시립미술관장(1998-1999)등을 거쳤다. 조각가 손연자는 조선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전남도전에서 조각부문 수석상을 수상했다. 남편과 함께 머문 뉴욕에서 조각가 사이먼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귀국 후 인간 군상을 테마로 작품제작에 몰두했으며, 제2회 광주비엔날레, 광주아트페어, 시립미술관 ‘가을을 걷다’ 전 등에 출품하면서 작가로서의 이름을 넓혔다.(전시 문의 062-360-1271)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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