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과 오월의 그날을 잇는 것’이 바로 ‘오월안부프로젝트’의 핵심이죠. 5월 광주의 이미지가 담긴 엽서에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안위를 살피는 게 광주정신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월안부프로젝트’ 김지현(35) 기획자는 2017년부터 광주 5월의 장소와 존재들을 담은 엽서를 매개로 일상에서 오월을 기억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장소가 가진 역사성이나 시간성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 왔어요.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5·18이란 역사적 사건은 익숙하지만, 가끔 내가 지나다니는 길과 건물이 80년 5월에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40년 전 5월을 함께 살아낸 나무와 건물, 길…. 이 모든 것들이 당시의 산 증인이자 목격자라고 느껴졌어요.”

특히 그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해 엽서 시리즈를 만들고, 5·18 관련 공간은 물론 동네책방과 광주극장, 카페 등에 엽서를 뒀다. 오월우체통을 비치해 광주시민과 광주를 찾은 이들이 그리운 이에게 손쉽게 엽서를 쓰도록 했다.

지난해 광주극장에 전시된 오월안부 엽서와 오월우체통.

‘부치지 못한 안부들’ 전시회에서 낭독된 엽서원본.

3년 전 그가 처음 작업을 함께 한 이는 윤연우 작가다. 일러스트와 타피스트리(tapestry·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를 제작하는 작가로, ‘오월, 광주에서 보내는 안부’란 타이틀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윤 작가는 ‘회화나무’가 그려진 엽서를 제작했다.

“윤 작가와 함께 옛 전남도청을 걸으며 도청 복원 이야기나 광장의 쓰임 등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3년 전엔 회화나무를 그려 넣었다면, 2018년엔 금남로와 수창초교 육교, 지난해엔 전일빌딩과 상무관을 엽서에 담았어요. 올해는 광장과 시민들의 이미지로 5·18 40주년 엽서를 제작했죠.”

ACC 문화창조원에서 오는 24일까지 선보이는 ‘부치지 못한 안부들’ 프로젝트 전시 현장 사진.

2018년부터는 카메라 앵글로 광주 5월을 담아온 김향득 사진작가의 작업이 더해졌다.

“저와 윤연우 작가에게 80년 광주 5월 회화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담겨준 5월의 증언자세요. 2018년부터 선생님께서 찍은 도청사진으로 오월엽서를 만들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프로젝트가 조금 더 확장됐다. 당초 엽서를 써서 특정인에게 보내면 수령인이 받는 형식으로 진행했다면, 체험자들로부터 5·18에 대한 미안함으로 ‘부치지 못한 엽서들’이 쌓여가기 시작한 것.

이에 김 대표는 올해부터 김자이 작가와 함께 ‘부치지 못한 안부들’이란 타이틀로 협업했다. 부치지 못한 엽서들 중 상징적인 것 40개를 선정, 이 엽서 내용을 5월을 기억하고 싶은 시민들이 낭독하는 참여형 작업을 진행한다. 제주, 부산, 인천, 대구 뿐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이들도 엽서를 함께 읽고 목소리를 통해 ‘오월안부’를 묻는다.

이 작업은 ‘오월미술제’의 일환으로 이뤄지며, 안부엽서를 담은 소책자와 낭독 음성 등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에서 오는 24일까지 전시된다.

“40년 전인 1980년 5월을 겪어본 세대가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오월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엽서를 주고받으면서 ‘광주에서 엽서가 왔네’, ‘아, 광주는 오월을 살고 있지’라며 일상 속에서 ‘광주 5월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불의에 맞선 저항의 역사, 저항의 도시 광주를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고,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편, ‘오월안부프로젝트’는 홈페이지(http://bit.ly/부치지못한안부들)와 인스타그램(@maygreetings)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오는 18일 서울기록원에서 개막하는 5·18 40주년 특별전시회 ‘넘어 넘어: 진실을 말하는 용기’에서도 오월안부 엽서를 만나볼 수 있다.

/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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