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련 作 ‘사계산수(춘하추동)’

이건희 컬렉션과 전통 남도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지역 근현대 미술사를 일별할 수 있는 폭넓은 시대의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회가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2020년에 수집한 소장작품을 선보이는 ‘신소장품 2020’전을 1, 2부로 나눠 진행한다.

1부는 2020년 수집한 작품 131점 중 일반구입과 기증을 통해 소장된 작품 71점을 ‘남도미술의 원류’, ‘민주·인권·평화’, ‘자연탐구’, ‘개인서사’ 4가지 섹션으로 정리해 오는 20일까지 본관 제5전시실과 6전시실에서 선보인다.

2부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 작품에 대한 시민들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신소장품 2020’전 종료 후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품’전을 통해 기증 작품 30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은지화’ 4점과 ‘엽서화’ 4점을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작품은 대작 ‘30-Ⅲ-68#6’을 비롯해 ‘무제’ 등 유화 4점과 드로잉 1점 등 모두 5점이 전시된다. 이밖에 이응노, 오지호, 임직순의 작품이 전시된다.

2020 소장품 수집은 크게 일반 구입, 아트페어 구입, 기증의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공모와 학예직 제안의 과정을 거쳐 작품수집심의위원회와 작품가격평가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최종 131점이 선정됐다.

전통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 허백련, 남종화를 계승·발전시킨 허행면, 정운면, 조방원 등의 한국화를 우리 소장품으로 연구, 보존해 남도미술의 기틀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동시에 광주 서양화단의 발전을 이끈 회화작품들을 수집했다.

호남 추상미술의 선구자 양수아, 광주 비구상계열 1세대 작가 김종일, 빛과 색채의 작가 임직순 등의 작품들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남도미술을 대표하는 이들의 작품을 추가로 수집함으로써 지역 미술사 연구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기록된 지역 미술도 소장품 수집의 중요한 범주이다. 40여 년 전의 오월을 소환하는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 시리즈, 역사와 풍경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손장섭의 ‘역사의 창-광화문’은 한국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외에도,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사회·정치적 담론으로 확장된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수집했다.

소장 작품 가운데 두드러져 보이는 주제의식 중 하나가 ‘자연탐구’이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 속에서, 자연 대신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두었던 인간 중심 주의에 대한 자성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가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너머,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개인의 내면에서 발견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와 표현법을 통해 발전시킨 현대미술 작품들도 수집됐다. 재료적 표현 역시 여러 매체를 실험적으로 다루는 뉴미디어 계열의 특징이 발견된다. 주로 청·장년 작가들이 포진한 이 분야의 작품들은 미래의 지역 미술사 연구의 토대가 될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고자 ‘코로나19 긴급 작품 구입’을 통해 총 46점의 작품을 수집했으며, 2020년 수집된 소장 작품 131점은 모두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 중심으로 선정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소장품전이 우리 시민들에게 문화향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며 “특히 2부에 이어질 이건희 컬렉션 작품전을 통해 지역연고를 둔 국내 근현대기 대표 작가들의 명작을 선보일 것이다”고 덧붙였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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