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화) 10:48
전국의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광주시교육청이 차지하는 위치는 단연 으뜸이다. 교육부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평가에서 '최우수'는 도맡아 오고 있다. 특히 교육 정보화나 독서교육, 교단 선진화 부문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광주교육의 현장을 둘러본 역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들 조차도 한결같이 "광주를 모델로 삼으라"고 관계관들에게 지시할 정도다. 교육담당기자로 광주교육의 현장을 직접 살필 수 있었던 필자 역시 '최고'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는 주저함이 없다.
이렇듯 전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교육청은 수능이 끝난 뒤 해마다 이맘때면 '실력 광주'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광주시내 고교들의 수능 가채점 결과 고득점 비율이 전국 최고로 나타났다는 등의 내용이다. 평가나 분석방법의 정확성에 있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최고의 교육역량을 갖춘 곳답게 그동안 광주지역 수능 응시생들의 성적 역시도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 결코 뒤지지않는 것은 사실이다.
위기에 처한 광주교육
전국 최고의 광주교육이 최근 벌어진 수능 부정행위 파문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교육현장이 온통 부정으로 얼룩진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올 수능에서도 어김없었을 '실력 광주'는 주장하기조차 민망하다. 별다른 도덕적 갈등 없이 수능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김원본 교육감이 그토록 강조해온 인성교육이 허망하기까지 하다. 진행되고 있는 수사결과에 따라 분명 재발방지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수능의 위상과 특히 '성적 만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덧붙여 고려되어야할 것이 있다. 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올려진 수능 부정행위에 대한 사전제보들을 '허위 사실 유포'라며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수사결과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는 '족집계 제보'에 대해 교육청이 사실확인이나 수사의뢰 등의 절차없이 삭제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번 부정행위사태를 낳게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묵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청 홈페이지(http://www.ketis.or.kr)의 열린게시판에 익숙하다면 왜 교육청 관계자가 수능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를 삭제할 수 밖에는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어느 기관 홈페이지의 열린게시판이 그렇지만 교육청의 경우는 도무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홈페이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비교육적'이다. 온갖 음해성 투서에다 심지어는 욕설까지도 서슴없다. 교원인사가 있을 때면 교사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욕설과 폭언이 담긴 글이 홍수를 이루기도 한다.
대전환의 계기 삼아야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의 대부분은 이렇듯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경우여서 이에 대해 일일이 진상파악에 나서고 조사에 나선다면 교육청 업무는 마비될 수 밖에는 없다. '양치기 소년'이 연상되듯 결정적인 제보를 무시해버린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시교육청은 그동안의 관례대로 홈페이지를 관리했을 뿐인 것이다.
물론 올 수능을 전후해 올려진 제보 내용 그대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제보들에 대해 사실확인이나 수사의뢰 등의 절차없이 곧바로 삭제한 교육당국의 처사를 비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곳에서까지 온갖 음해와 투서가 난무하는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이번 수능 부정행위를 낳게한 이유의 연장선에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온갖 부정과 부패, 편법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이고, 교육계 역시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코 있어서는 안될 수능 부정행위가 광주에서 발생한 것 자체야말로 광주교육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광주시교육청이 그동안 쌓은 전국 최고의 교육역량은 이번 사태로 허울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의 교육역량과 환경이 전국 최고라면 그 성과는 '실력 광주'만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번 일로 더욱 멀고 험난한 일로 여기지는 것 같지만 인성교육이야말로 '실력 광주'의 최종 지향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 교육계 모두의 자성과 새로운 각오가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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