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해진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 관련 뉴스는 모처럼 가슴 뿌듯한 희소식이다. 세계적인 철새 보금자리인 순천만이 시민들의 노력으로 환경훼손위기를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순천만 보존을 위해 시민들과 공동보조를 취했던 순천시나,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통도로를 ‘녹색도로’로 만들겠다고 밝힌 국토해양부 모두 박수 받을 일을 했다. 그래서 이 뉴스는 두고두고 읽어도 상쾌하다.
목포-광양을 잇는 고속국도 건설에 따른 순천만의 환경훼손논란이 제기된 건 지난 4월이다. 106㎞에 달하는 고속도로 가운데 순천구간(5.67㎞) 3.5㎞가 순천만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순천경실련과 순천YMCA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 반대 순천시민행동’을 결성했다. 정부에 공개질의서를 냈고, 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도 돌입했다.
‘순천만 전봇대 뽑기’에 나서고 있던 순천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국토해양부, 도로공사, 녹색성장위원장, 환경부 등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순천시는 3.5㎞에 달하는 순천만 관통구간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속도로가 순천만 앞을 통과해 생태환경과 맞지 않으므로 도로주변에 친환경적으로 디자인된 방음벽을 설치하고 조경수를 식재하는 등 공법을 변경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공사주체인 한국도로공사 입장은 달랐다. 목포-광양 고속국도가 2011년 동시개통을 목표로 구간별로 공사 중이고, 막대한 추가예산 확보가 필수적인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선 것이다. 그동안 17억원을 투입해 목재로 된 방음벽을 설치하고 교각의 블럭 이음새에 신소재를 사용하는 등 순천만 생태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이후 7개월 동안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 사태는 해결기미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리고 최근 국토해양부가 ‘순천만 고속도로 구간의 환경저감방안’을 내놓았고, 순천시민행동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환경저감방안 가운데는 ‘가로숲’ 조성이 가장 눈에 띈다. 순천만을 통과하는 고속도로 부분 양 사면과 주변부지 3만1천280㎡를 추가 확보해 1만1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방안이다. 날아드는 철새들이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숲을 조성해 가리겠다는 취지다. 또 방음벽, 불빛차단막, 생태통로 구축 등 환경훼손 저감방안을 마련해 환경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소중한 지면을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 이야기로 채운 이유가 있다. 지역의 중대한 현안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낸 시민, 지자체, 정부의 지혜가 돋보여서다. 사태해결의 관건인 설계변경안이 들어있지도 않은 환경저감방안이 받아들여진 것은 순천시민행동이 국토부의 순천만 보전에 대한 의지를 읽었음이다. 목포-광양 고속국도가 오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에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이라는 점을 시민이나 순천시나 국토부 모두 염두에 두었음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금 지방이 ‘위기’인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였던 세종시가 ‘교육과학중심도시’내지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로 전락해서만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지방은 자기지역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 지자체는 결정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한 지역 두 공항’(광주·무안공항) 문제처럼 의견대립이 첨예하면 시민단체들도 그 흔한 성명서 한줄 내지 않는다. 지역현안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지방인 것이 더 큰 위기인 것이다.
순천만 관통 고속국도 뉴스를 다시 읽어보자. 거기에는 우선 미래(순천만 보전)를 보는 진지함이 있다. 중대한 현안에 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단체(순천시민행동)와 지자체(순천시)가 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이에 적극 공감한 정부 부처(국토해양부)도 있다. 그래서 이 뉴스는 읽고 또 읽어도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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