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에 연재되는 ‘사주칼럼’ 최근 글에서 최인태는 “6·25는 천간(天干)의 경(庚)이 나타내는 고유의 살성과 지지(地支)의 인(寅:호랑이)이 나타내는 포악함이 그대로 드러났던 절정의 사건”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국운(國運) 또는 개인 운로(運路)를 볼 때 육십갑자 중 천간은 하늘의 기운을 뜻하고, 지지는 이 하늘의 기운을 더욱 섬세하고 분명하게 현실에 드러내게 하는 땅의 기운을 나타낸다. 2010 경인(庚寅)년에서 ‘경’은 7번째 천간으로 방향으로는 서쪽, 색으로는 흰색이며, 단단한 쇳덩어리를 상징하므로 천간 열 글자 중 가장 강한 살(殺)을 갖고 있어 만물을 숙살(肅殺)한다는 위엄이 있다. 그래서 개인이든 국가든 천간의 경이 합(合)과 충(沖)을 일으키면 강하고 위압적인 힘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올해처럼 천간에서 가장 강한 ‘경’과 지지에서 백수의 왕처럼 포효하는 호랑이가 만난 해인 경인년에는 삼국시대에는 전쟁, 고려·조선시대에는 무신의 난, 그리고 현대에서는 6·25가 발발했다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2010년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위기와 공황이 10년 주기로 일어난다고 보았던 칼 마르크스가 얼른 떠오르는 건 사경을 헤매는 경제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벼락경기’로 붐이 일고 ‘경제위기’를 거쳐 ‘공황’에 빠지며, ‘불황’과 ‘회복기’를 거쳐 ‘호황기’에 접어드는 경기변동을 필연적인 일로 보았다. 올해 국내경제나 세계경제가 긴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마르크스를 추종하는 학자들은 지금 막 움트는 경제회복의 기운은 허상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사실이라면 걱정이다.
　증권가에서 보는 2010년은 짝수 해의 ‘저주’와 ‘10년 주기설’이 겹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는 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증시에선 홀수 해는 강세장, 짝수 해는 약세장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또 10년 단위로 후반부에 강세를 보이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면서 약세로 돌아서는 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분석과 전망이 천차만별이나 올 증권가는 희망 섞인 전망이 대체로 우세한 같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데에는 치명적인 ‘생각의 오류’가 있다는 토머스 키다(Thomas Kida)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나 같은 서민들로서는 주식시장은 올해도 역시 넘볼 일이 아니다.
주요 일간지 신년특집을 뒤적이며 역학자들이 쓴 신년운세를 통해 국운을 점쳐보지만 천기누설은 만무하다. 다만 올 한해를 ‘망국과 전쟁과 혁명의 각기 다른 주기(週期)가 돌고 돌아 한 곳에 모인 해’로 본 한 언론의 지적엔 옳거니 무릎을 친다.
2010년 경인년은 우리 민족사의 물줄기를 바꾼 굵직한 사건들이 100년 또는 10년 단위 기념일을 맞는 해다. 100년 전 경술국치, 60년 전 6·25, 50년 전 4·19, 30년 전 5·18 등등. 이들을 꿰뚫는 역학적 연관성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사건 하나하나를 기념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큰 의미가 담겨 있어 주목할 만하다.
　우선 경술국치 100년에 대해서는 ‘한일병합조약 무효선언’이 한일 민간주도로 추진 중이다. 1965년 한일 국교수립 당시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에는 구한말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한 을사늑약(1905), 정미7조약(1907), 한일병합조약(1910) 등의 효력에 대해 ‘이미 무효로 한다’(제2조)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미’의 시점을 두고 우리는 ‘체결당시’로, 일본은 ‘1945년 패망 시점부터’로 달리 해석해 대립하고 있다. 조약을 졸속 체결한 박정희 정권의 몰(沒)역사의식 탓이 크지만 위안부 피해자 보상문제 등 한일 과거사 갈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는 점에서 지켜볼 일이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기념일은 6·25다. 주로 해외홍보에 치중하는 모양새여서 아쉽다. 하지만 우리네 삶 곳곳에 상흔이 여전한 만큼 이를 함께 치유하는 노력도 있었으면 싶다.
국가보훈처가 “범국민 통합행사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힌 5·18 30주년 기념행사는 아직 구체적인 콘텐츠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100년 또는 10년 주기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역사적 사건들의 귀결점은 다름 아닌 ‘5월 정신’에 맞닿아 있다. 올해 5·18이 가장 의미 있고, 기억하고 싶은 행사로 치러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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