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던 날 “세종시의 정치학이 본격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쓴 한 언론의 분석은 날카롭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수정하게 된 유일한 동인(動因)은 다름 아닌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인 점에서 ‘서울 대(對) 지방’으로 상징되는 우리사회 지역간, 세력간 경쟁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행정복합도시였던 세종시 원안에 담긴 ‘행정(중추기능)+α(자족기능)’에서 ‘행정’이 빠진 것은 국토균형발전의 가치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6년간 논의되고 25% 이상 진척된 사업을 불과 2-3개월 만에 무산시키다보니 남은 ‘+α’에는 대기업 특혜라는 무리수와 막대한 재정부담이라는 부작용이 추가됐다.
　세종시 인근의 대덕·오창·오송은 물론 전국 10개 혁신도시, 대구·경북의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유사 신도시들이 한정된 기업과 자원을 놓고 존폐경쟁에 내몰리면서 전국이 역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발전전략’이 작동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이 언론의 분석이다.
　최병두 교수(대구대)는 세종시 논란을 아예 수도권과 지방의 ‘권력다툼’으로 본다. “쟁점이 중앙부처 일부 이전 여부인 듯하지만 실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이해관계와 세종시로 상징되는 비수도권인 지방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권력다툼”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과거 지역감정을 동원해 호남과 영남 간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매개로 권력을 장악하려했던 구태의연한 형태의 변형”이며 “겉으로 국민들에게는 죽은 권력에 헛발질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세종시의 정치학’은 이렇게 작동을 본격 시작했지만 과거 참여정부가 수도이전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 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지형이 복잡하다.
　우선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현 집권 여당 내 역학구도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진 배경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비수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가치를 온몸으로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종시 정치학의 주역 박근혜 전 대표의 ‘파괴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예측불허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이 내놓은 보도자료(200자 원고지 30매 분량)는 차라리 세종시 수정안에 결사반대하는 야권의 행동강령이었으면 싶을 정도다. 지난 연말 예산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주도권을 빼앗긴 채 강경투쟁의 목청만 높여가는 민주당의 미래는 그래서 더욱 험난해 보인다.
　세종시를 배회하는 권력이 어떤 모양새로 발현(發顯)될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다단(複雜多端)해 보여도 세종시의 정치학이 지향하는 예측 가능한 결과는 분명 있다. 수정안이 발표되자마자 혁신도시로 가게 될 공공기관 이전도 백지화하자고 나온 보수세력들의 움직임이 그 전조(前兆)라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전문 개정이 아니라 폐기해야 하고 대체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이석연 법제처장의 주장은 본론에 해당한다.
　부칙을 뺀 전문 71개 조문으로 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세종시 건설의 방법 및 절차만을 담고 있지 않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해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까지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도권 발전대책, 낙후지역개발, 지방분권 등등이 그것이다. 이 처장이 ‘폐기 후 대체입법’을 강조한 것은 결국 세종시 정치학의 지향점이 국토균형발전 가치의 희생에 있음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국토균형발전은 박정희 정부 이후 수십년간 검토되어온 것인 점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의 퇴행’이다”고 본 한 언론의 지적에는 그래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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