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리 마을은 곡성군내서 흥겨운 북소리와 더불어 노인 모두가 참여하는 춤사위로 유명한 마을이다. 북과 꽹과리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지는 난타놀이는 바로 장수의 원동력이자 삶 자체이다.

난타놀이에 맞춰 춤 사위 “쾌지나 칭칭”
단체생활 활발, 문화예술제 참여 성과도

“웃으면 ‘건강’이 와요.”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백세건강 장수마을’ 표지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연화리 마을은 곡성군내서 흥겨운 북소리와 더불어 노인 모두가 참여하는 춤사위로 유명한 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에서 한바탕 벌어지는 난타놀이는 옆 마을 주민들까지 불러들여 금세 잔치로 만드는 힘(?)이 있다.

마을입구에 선 ‘백세건강 장수마을’ 표지석.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연화리 마을회관 앞. 일찍부터 매서운 찬바람을 등지고 3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난타 삼매경이다. 북과 꽹과리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지자, 삼베옷을 입은 백발의 노인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밭일을 하다 난타소리를 듣고 늦게 찾아온 김복례(88)할머니는 회관에서 자신의 삼베옷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김 할머니는 “처음에는 난타고 뭐고 북 소리가 좋아 시작했는데, 이젠 나 빼놓고 ‘판’ 벌이면 서운해서 안돼”하며 웃어보였다.
연화리 마을은 북서쪽인 연산동편 기슭 평야지에 위치해 있으며, 마을이 연꽃과 같다해 연실촌-연화리로 칭하게 됐다.
마을은 백제시대 옥과지현청 동헌건물이 현존하고 북편에 시장적지, 후편에 향교적지가 있는 등 옥과현 동헌터로 유서가 깊다. 세월이 지날수록 규모가 커져 어느 덧 98가구에 주민 213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중 70대가 34명(남 12명·여 22명), 80대가 13명(남 4명·여 9명), 90대가 2명(남 1명·여 1명)으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최고령은 91세인 박분임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즐겁게 사는 것이 장수비결이다”며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한글은 못 배우지만 농사일이 끝나면 매일 마을회관에 와서 춤·노래를 따라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마을사람들끼리 마을 뒤편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바람을 쐬고 오면, 잠이 편하게 들어 몸도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난타공연은 지난해 5월 전국노년문화교류예술제에서 금상, 10월에는 한·중·일 3개국 축제에서 초청공연을 펼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연화리 마을은 단체생활이 활발하다. 지난해 배추밭 4천평을 공동으로 경작해 마을기금으로 800만원을 모았다. 이 기금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김장김치를 만들어 인근 복지시설에 보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협동심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농사일이 끝나면 우리춤·노래·한글 등을 배우는 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회장 허남진(78)할아버지는 “일주일에 두 번은 우리춤, 또 한번은 노래교실. 이렇게 저녁 먹고서 2시간씩 노인들이 회관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바탕 놀고 나서 회관에 있는 찜질방서 땀을 빼면 해외관광 못지않다”고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이 결과 지난해 5월 전국노년문화교류예술제에서 금상, 10월에는 한·중·일 3개국 축제에서 초청공연을 펼쳤다.
또 지난 2008년 10월 군에서 5천만원을 지원받고 마을에서 1천만원을 보태 건강관리실을 지었다.
건강관리실에는 편백나무로 만든 찜질방, 안마기를 갖춘 체력단련실, 샤워장 등이 있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군과 연계해 3㎞ 등산로를 만들어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다.
김길순(85)할머니는 “연화리 마을만큼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도 없을 것이다”며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건강의 이유는 따로 없다. 모여서 웃고 서로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다”고 밝게 웃었다.

“외로울 틈 없이 하루가 즐거워”
임성삼 연화리 이장

“마을주민들이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있기만 해도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임성삼(76)이장은 장수비결을 ‘웃음·단체생활·여유’라고 세가지를 꼽는다.
임 이장은 “노인들이 대부분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에서 공동 경작과 난타공연 등 단체생활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외로워할 틈도 없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건강비결”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조그마한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며 “논·밭일을 모두 마치고 진행되는 우리춤·한글 교육, 회관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찜질방·체력단련실 등은 든든한 건강도우미”라고 말했다.
연화리는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 건강장수마을 육성 프로그램 대상마을이자 모범마을이다.
군과 연화리 주민들은 마을회관이 노인들의 여가활동 및 교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실에서 쉼터로서의 역할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기능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노인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를 수시 점검하며 복지 증진에 앞장서고 있는 것.
임 이장은 “우리 마을뿐 아니라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젠 건강을 위해 어떻게 활기찬 하루를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군과 연계해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향상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오리농법을 이용해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해 먹는 배추·두부·벼 등도 장수비결이라고 자랑했다. “우리 마을이 전남에서 최초로 오리농법을 시작한 지역이다”면서 “이런 청정지역에서 지내는 주민들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것이 더 이상하다”며 밝게 웃었다.

/송일호 기자 ilho@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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