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방역 허점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눈과 귀를 통해 엿 볼 수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로 인해 지역 사회와 경제는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새해 첫날 광주·전남에서는 1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으로 5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이었지만 집에서 하는 ‘홈파티’는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허점을 드러냈다.

카페 이용에 대한 전남 시·군별 탄력적 운영도 문제다.

지난달 구례·해남·장성·영광·함평 등 5개 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시 카페에서 24시간 테이크아웃(포장)만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나머지 17개 시·군은 오후 10시까지 매장 이용을 허용했다. 최근 순천 ‘낮술 금지령’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남지역의 경우 시·군간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일관성 없는 지침은 풍선효과로 이어진다. 규제가 강한 지역의 소상공인만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오락가락’ 예방적 살처분 역시 재고가 필요하다. 전남지역에서는 올 겨울 오리농장 9곳, 닭농장 1곳 등 총 10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해당 농장의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되고 고병원성으로 판명되면 반경 3㎞ 이내 농가에 대해 무조건적인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다. 당초 방역당국은 AI의 경우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예외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예외가 없다던 원칙은 번복됐다. 지난달 나주 세지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음에도 반경 3㎞ 예방적 살처분이 제한적 살처분으로 변경됐다. 12농가 중 4농가가 살처분을 반대한 게 이유다. 반대 때문에 원칙을 깨 형평성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방역행정이 ‘이랬다 저랬다’하면 시·도민의 혼란은 가중된다. ‘바이러스로 청정’ 광주·전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원칙을 지키는 예방 지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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