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는 넓은 여자만이 형성돼 있다. 여자만에는 크고 작은 여러 섬들이 붕긋붕긋 솟아 있다. 그중 여자도라는 섬이 만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여자만이라는 이름도 여자도에서 비롯됐다.

남해로 길게 뻗어나간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는 넓은 만(灣)이 형성돼 있다. 여자만이다. 행정구역상 여수, 순천, 보성, 고흥 땅으로 둘러싸인 여자만은 거대한 수역을 이룬다. 여자만에는 크고 작은 여러 섬들이 붕긋붕긋 솟아 있다. 그중 여자도라는 섬이 만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여자만이라는 이름도 여자도에서 비롯됐다.

오늘은 남파랑길 여수구간 중 59코스를 걷는다. 길은 여수시 소라면에 있는 가사리생태공원에서 시작된다. 이 일대는 원래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방조제를 막아 250여㏊에 이르는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방조제 주변 조류지에는 수만 평의 갈대밭이 형성됐다. 가사리생태공원은 관기방조제 조류지에 형성된 습지와 갈대밭을 일컫는다.

여수시 소라면 관기방조제 주변 조류지에는 수만 평의 갈대밭이 형성돼 있다. 가사리생태공원은 관기방조제 조류지에 형성된 습지와 갈대밭을 일컫는다.

넓은 갈대밭 가운데로 데크형 산책로가 놓여있어 습지 위를 걸으며 하늘거리는 갈대를 감상한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은빛 갈대물결 대신 갈색으로 변한 갈대가 쓸쓸하고 외로운 감성을 자극한다. 관기방조제에 올라서니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 여수반도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수반도는 굴곡이 심해 거대한 불가사리처럼 육지의 산줄기가 여자만 쪽으로 들락날락하며 해안선을 이룬다. 여수반도 리아스식 해안사이로 여자만이 펼쳐지고, 여자만에 떠 있는 여자도가 정면으로 바라보인다.

가사리생태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낮은 고개를 넘어가자 여자만이 더 넓게 보이기 시작한다. 여자만 가운데에 떠 있는 여자도는 오늘 걷는 시간 내내 동행을 할 채비를 갖췄다. 여자도는 면적 0.59㎢, 해안선길이 7.5㎞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의 고도가 해발 50m에도 못 미칠 정도로 구릉과 평지로 이뤄져 있다. 여자도 뒤로 고흥반도의 산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여자만이 포근하고,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해안선은 부드럽다. 해변에는 철 지난 갈대들이 쓸쓸하게 겨울을 나고 있고, 드넓은 갯벌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해안가 야산에 기댄 마을들은 여자만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 해변 마을을 가슴에 안고 걷는 길이 소박하고 포근하다.

도로를 따라가던 길은 산비탈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를 한 굽이 돌아가자 대곡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앞으로는 제법 넓은 논이 자리하고 있다. 리아스식 해변을 이루고 있는 여천반도는 곳곳에 작은 방조제를 막아 안쪽에 농경지를 확보하였다. 길은 경사진 마을 골목을 따라 내려간다. 대곡마을회관 앞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벽화가 산뜻하다.

대곡마을 앞 들판은 지난 가을 추수 이후 긴 휴식을 갖고 있다. 논길을 지나 해변 방조제로 올라간다. 하천과 방조제가 만나는 조그마한 조류지에서는 갈대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방조제로 올라서서 해변길을 걷는다. 이곳은 썰물 때면 거대한 갯벌로 변한다. 2천640㎡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의 여자만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갯벌상태가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자만 갯벌은 가진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12월26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는 여자만의 또 다른 감동이다. 여자만은 붉은 노을과 함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갯가에 해안도로를 조성해 놓았다.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달리는 자전거여행은 상상만 해도 감동이 밀려온다.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는 여자만의 또 다른 감동이다. 여자만은 붉은 노을과 함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갯가에 해안도로를 조성해 놓았다.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달리는 자전거여행은 상상만 해도 감동이 밀려온다. 해변에 솟은 낮은 산봉우리들은 그림자를 바다위에 내려놓고 무료함을 견딘다.

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여자만과 여수반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빠져든다.

가끔 여자만 위를 날고 있는 철새들이 있을 뿐 주변은 한적하고 고요하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해안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거의 없고 종종 페달을 밟고 달려가는 바이커들만 눈에 띈다.

불가사리 발처럼 바다로 뻗어나간 리아스식 지형을 따라 가다보니 끝자락에서 여자만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여자만쉼터는 사각정자와 승용차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전부지만 길을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 승용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꼭 들렀다 가는 곳이다.

여자만쉼터의 두 손을 모아 하트‘♡’모양을 한 ‘염원’이라는 제목의 대리석조각품과 자전거 두 바퀴와 함께 한 액자모양의 철 조각품은 사진 찍기 좋은 소재다. 두 작품 모두 빈 공간 속으로 운두도라는 섬이 액자 속 그림처럼 들어온다.

해변 쉼터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조각품도 설치되어 있다. 두 손을 모아 하트‘♡’모양을 한 ‘염원’이라는 제목의 대리석조각품과 자전거 두 바퀴와 함께 한 액자모양의 철 조각품은 사진 찍기 좋은 소재다. 두 작품 모두 빈 공간 속으로 운두도라는 섬이 액자 속 그림처럼 들어온다.

쉼터에서는 드넓은 여자만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여수시 소라면 해변은 물론 여자만 초입을 둘러싸고 있는 여수시 화양면의 산과 마을들도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화양면에 있는 운두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운두도 뒤로는 고흥반도의 산줄기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길은 섬달천 방향으로 굽이돈다. 길을 걷고 있으면 비릿한 갯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멀리 보이는 작은 배 한 척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움이 솟구친다. 해변도로를 따라 돌고 돌아가니 육지에서 살짝 떨어져나간 조그마한 섬 달천도가 나타난다.

달천도는 240m에 이르는 연륙교를 통해 여천반도와 연결된다.

달천도는 240m에 이르는 연륙교를 통해 여천반도와 연결된다. 달천도는 원래 사면이 바다로 싸여 있고 둥근 달 모양으로 생겼다하여 도월천이라 불렸다. 달천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 뒤로 섬은 섬달천, 육지는 육달천이라 부른다.

달천도는 원래 사면이 바다로 싸여 있고 둥근 달 모양으로 생겼다해 도월천이라 불렸다. 달천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 뒤로 섬은 섬달천, 육지는 육달천이라 부른다. 여자도 가는 배가 섬달천선착장에서 출발한다.

남파랑길은 달천교를 건너지 않고 육달천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해변길을 걷는데 오늘 코스의 종점인 궁항마을이 손짓한다. 궁항마을 옆으로 뭍이 가늘고 길게 여자만으로 뻗어나가 달천도와 함께 바다를 감싸고 있어 여자만 속의 작은 만을 이루고 있다. 물이 빠지면 궁항마을과 달천도 사이에는 넓은 갯벌이 형성된다. 궁항마을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를 따라 걷다가 복산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길을 지나 밭길을 따라서간다. 밭길을 걷다보면 여자만과 작은 무인도, 장도 같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해변도로를 걷는데, 여자도가 더욱 가까워졌다. 오늘 걷는 내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동행해 줬던 여자도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여자만, 여자도와의 이별이 아쉽다. 아쉬움은 다시 만날 마음속 약속이다.

궁항마을로 내려선다.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은 활처럼 휘어있는 해변에 둥지를 틀었다. 활처럼 생긴 마을이라 해서 활 궁(弓)자와 목 항(項)자를 써서 궁항(弓項)마을이라 했다. 궁항마을 해변에서는 달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59코스는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형성된 여자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을 걸으며 리아스식 해안이 만들어낸 독특한 경관과 드넓은 갯벌, 한적한 어촌마을을 만날 수 있다.
※코스 : 여수 가사리 생태공원(관기방조제 입구)→대곡마을회관→여자만쉼터→달천교→복산보건진료소→궁항마을회관
※거리, 소요시간 : 8.4㎞, 2시간 30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여수 가사리 생태공원 정류장(전남 여수시 소라면 관기길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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