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수)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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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83코스는 탐진강 하류 서쪽제방을 따라서간다. 내려갈수록 강이랄 수도 없고 바다랄 수도 없다. 탐진강이기도 하고, 강진만이기도 하다. 강물이 바닷물과 섞여있는 지역이라 강가에는 갯벌과 갈대숲이 형성됐다.
강진만갈대밭은 66만㎡에 이른다. 강진만갈대밭은 강진만생태공원으로 지정됐다. 강진만생태공원은 1천131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보고’다.
강진만갈대숲 가운데로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이 놓여있다. 탐진강 양쪽으로 펼쳐지는 갈대밭에 개설된 데크길은 2.8㎞에 이른다.
갈대는 새순이 돋아 일정하게 클 때까지 작년 갈대가 그대로 서있다. 새순이 자라고 있는 요즘에는 푸른 새순과 메마른 갈대줄기가 공존한다. 강진만 갈대밭길을 따라 걷고 있으면 앞쪽에서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품고 있는 만덕산이 다가온다. 남북으로 깊숙하게 만입된 강진만의 모습도 갈대숲 너머로 바라보인다. 강진만 가운데에는 곳곳에 작은 갈대섬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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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으로 흘러드는 강진천을 건널 때는 산비탈에 강진의 상징물인 청자모양이 그려진 신학산이 바라보인다. 갈대숲길을 걷다가 강진만 방조제로 올라선다. 길게 이어지는 방조제 안쪽에는 넓은 농경지가 조성됐다. 농경지 뒤편에서는 만덕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썰물 때면 강진만은 넓은 갯벌을 드러낸다. 갯벌이 드러나면 짱뚱어와 농게의 놀이터가 된다.
강진만에는 구강포가 있었다. 아홉 개의 물줄기가 만난다고 해서 구강포(九江浦)라 불렀다. 강진만에서는 겨울철이면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를 비롯하여 청둥오리·도요새·백두루미 등 겨울철새들이 서식한다. 갯벌과 농경지를 오가며 겨울을 날 수 있어 겨울철이면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남파랑길은 철새도래지를 지나 내륙으로 들어선다. 신평마을로 통하는 마을길을 따라 백련사로 향한다. 백련사 아래 골짜기에 자리한 논들은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논배미 아래쪽으로 강진만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했다. 강진만 뒤에서는 강진의 산줄기는 물론 장흥 천관산까지도 조망된다.
백련사주차장 위쪽에서 만덕산백련사라는 편액이 붙은 일주문이 기다리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울창한 동백나무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었다. 백련사 주변 5.2㏊ 면적에서 자생하고 있는 동백나무는 수령 500-800년생 8천여 그루에 달한다.
해탈문에는 쇠북이 매달려 있다. 해탈문에 들어서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쇠북을 세 번 울린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면서 내 마음속 번뇌를 씻어준다. 해탈문을 통과해서도 고즈넉한 동백숲길이 이어진다.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서야 법당으로 통하는 만경루 앞에 선다.
백련사에 들어서려면 만경루를 통과해야 한다. 만경루에 올라서니 수령 150년이 넘은 배롱나무 너머로 강진만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 건물을 만경루(萬景樓)라는 이름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만경루 옆에 걸려있는 연등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볍게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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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는 만덕산을 등지고, 강진만을 바라보고 있다. 백련사는 고려시대 8명의 국사를 배출한 절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대웅보전은 1762년 중건된 건물이다. 대웅보전(大雄寶殿)과 만경루(萬景樓) 현판은 조선조 3대 명필 중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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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서 만덕산 자락 오솔길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향한다. 백련사 옆에도 동백나무숲이 울창하다. 동백나무숲 가운데에 녹차밭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말기 다산초당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은 이 오솔길을 오가면서 백련사 혜장선사와 교유했다.
신록 싱그러운 숲길을 따라가는 발걸음에 새들이 상쾌하게 노래를 불러준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중간 언덕에 해월루(海月樓)라 불리는 2층 누각이 강진만을 바라보고 있다. 사각정자 천일각에 도착했다. 천일각에 올라서니 해변들판과 강진만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다산은 흑산도로 유배를 간 형 정약전을 그리워하며 바다를 바라다보곤 했다고 한다.
동암으로 내려선다. 1976년 복원된 동암은 송풍루이라고도 부르는 작은 건물인데, 추사가 쓴 보정산방(寶丁山房)과 다산의 친필을 모각한 다산동암(茶山東庵)이라는 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동암은 다산이 저술에 필요한 2천여 권의 책을 갖추고 기거하며 손님을 맞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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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소나무 울창한 숲 가운데에 다산초당이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다산초당은 정약용이 강진에서의 18년 유배생활 중 10년을 머문 곳이다.
다산은 여기에서 생활을 하면서 제자를 가르치고 학문에 열중하여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다산초당은 원래 초가였으나 1957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에서 중건하면서 기와를 얹었다. 현판에 판각된 다산초당(茶山草堂) 글씨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모각한 것이다.
초당 옆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연못을 만들고 가운데 원형의 섬을 만들어 연지석가산이라 불렀다. 다산선생은 다산초당 뒤편 바위에 정석(丁石)이라는 글씨를 직접 새겨놓았다. 차를 좋아했던 다산은 정석 아래의 약천이라 이름붙인 샘물에서 찻물을 받아 다조에서 차를 마셨다고 한다.
다산초당에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마점마을로 향한다.
숲길을 벗어나니 만덕산 남서쪽 골짜기에 논들이 자리하고 있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둬놓은 무논에는 만덕산 봉우리가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마점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울창한 숲을 걷다가 편백나무숲을 만나기도 한다.
용문사로 통하는 임도를 건너 솔숲을 지나니 석문공원이다.
도암천 양쪽 산비탈에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마치 석문(石門)으로 들어서는 것 같다. 석문에는 길이 111m, 폭 1.5m 규모의 ‘사랑+구름다리’가 놓여있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니 도암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만덕산과 석문산 비탈에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빼어난 경관을 이뤘다.
남파랑길 83코스는 구름다리를 건너 석문산 동쪽 산허리를 따라 걷다가 신리마을을 지나 도암면소재지까지 이어진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83코스는 강진만 갈대숲과 철새도래지 백련사 다산초당 등 강진의 주요 관광지를 만나게 되는 코스로, 강진만을 따라 걷다가 내륙 마을길과 산길로 접어든다.
※코스 : 구 목리교→강진만생태공원→백련사→다산초당→마점마을→석문공원→도암농협
※거리, 소요시간 : 18㎞, 6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구 목리교 동쪽(전남 강진군 군동면 삼신리 278-4)
장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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