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산골에 자리한 자진뱅이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다. 산벚꽃이 유명해지면서 산벚꽃마을로도 불린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소재지를 지나자 벚꽃길이 우리를 인도한다. 다른 지역은 이미 벚꽃이 다 졌는데 이곳은 이제야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길은 굽이굽이 고개를 넘고 골짜기를 따라 느리게 흘러간다. 주변은 500-600m 되는 산봉우리들이 첩첩하게 솟아있고, 산골짜기 좁은 공간에 듬성듬성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도로 이름도 ‘산꽃로’다.

금산군 군북면은 산이 많은 고장인데, 우리가 찾아가는 자진뱅이마을은 군북면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한 마을이다.

물 흐르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벚꽃물결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벚꽃 군락지 자진뱅이마을(산안2리)로 이어진다.

물 흐르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벚꽃물결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벚꽃 군락지 자진뱅이마을(산안2리)로 이어진다. 자진뱅이마을은 산벚꽃마을로도 불린다. 보곡산골은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마을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어졌다. 보곡산골은 해발 904m 충남 최고봉 서대산 뒤편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골마을들로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벚꽃이 늦게 핀다.

산벚꽃마을로 통하는 도로에는 화사하게 핀 벚꽃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푸른 하늘에서 햇살이 비취니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화사한 빛을 뿜어낸다. 우리는 나비가 돼 벚꽃터널을 훨훨 날아간다. 자진뱅이마을로 통하는 벚꽃길은 산북면소재지를 지나면서부터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산벚꽃마을 오토캠핑장부터 자진뱅이마을까지 걸으면서 감상하는 벚꽃이 가장 좋다.

벚꽃길 옆에서는 티없이 맑은 물이 흘러간다. 하천가에서는 개나리꽃과 복사꽃, 자목련이 하얀 벚꽃과 행복하게 어울렸다. 산비탈은 산벚꽃과 막 잎을 내민 연둣빛 신록이 산뜻함을 더해준다.

산벚꽃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비탈에는 하얗게 핀 산벚꽃이 신록 사이에서 모자이크 그림처럼 아름답게 피어있다.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이지만 산벚나무도 섞여있다.

벚꽃물결은 산벚꽃마을까지 흘러가고, 보곡산골 산꽃술래길은 오토캠핑장에서 600m 올라가서 만나는 오른쪽 임도를 따라서간다. 흙길인 임도에도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두세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란히 걷기 좋은 임도는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비탈을 장식한 연둣빛 신록 사이사이에 몽실몽실 피어있는 산벚꽃은 살포시 덮여있는 구름 같다.

산비탈을 장식한 연둣빛 신록 사이사이에 몽실몽실 피어있는 산벚꽃은 살포시 덮여있는 구름 같다. 연둣빛 신록위에 구름처럼 핀 ‘꽃구름’이다. 지대가 높아질수록 임도를 장식한 벚나무는 왕벚나무보다는 산벚나무가 많아진다. 왕벚꽃과 산벚꽃은 꽃 모양은 같으나, 왕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어 풍성하고, 산벚나무는 초록색 잎과 꽃이 같이 피어 산뜻하다.

신록과 봄꽃에 취한 새들이 위대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감미롭게 노래를 불러준다. 새들의 노래에 바람소리가 가세하여 합창곡이 된다. 봄이 가져다주는 신비는 한 폭으로 그림으로, 감미로운 음악으로 승화된다.

자진뱅이마을에서 신안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도착하자 민가 한 채가 서 있다. 고갯마루 민가 위쪽 언덕에 정면 3칸 측면 1칸의 ‘보이네요’ 정자가 서 있다. 멀리 서대산이 바라보이고 가깝게는 먹뱅이산, 더불양지산 같은 산들이 솟아있다.

‘보이네요’ 정자에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자진뱅이길로 이름 붙여진 임도에는 여전히 벚꽃이 화사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산비탈은 온통 연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고, 연두색 바탕에 짙은 녹색, 흰색, 분홍색 산꽃들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놓았다. 연두색 신록 사이에 핀 산꽃들이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길 이름을 ‘보곡산골 산꽃술래길’이라는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임도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능선에 육각정자가 있는데, 이름도 예쁜 ‘산꽃세상’이다. 정자에 올라서니 사방이 봄꽃으로 장식한 산으로 둘러싸인 산벚꽃마을이 별천지처럼 내려다보인다. 이 별천지에서는 지금 산꽃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산벚꽃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봄꽃이 피는 산의 면적은 무려 300만평에 이른다. 국내 최대의 산벚꽃 군락지다.

사방이 봄꽃으로 장식한 산으로 둘러싸인 산벚꽃마을이 별천지처럼 내려다보인다. 이 별천지에서는 지금 산꽃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임도를 한 굽이 돌고나서 또 하나의 정자 ‘봄처녀’를 만난다. 봄처녀 정자 주위에서는 노란 생강나무꽃과 분홍색 진달래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피면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봄 처녀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봄처녀’ 정자라 했다. 보이네요, 산꽃세상, 봄처녀 같은 한글로 표현한 정자 이름이 산꽃만큼이나 예쁘다.

구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이어지는 산벚꽃길이 우리의 마음을 꽃길로 인도한다. 길 곳곳에 놓인 지게는 아름다운 시구를 적은 시화판을 짊어지고 있다. 꽃 속에서 시인이 되고, 지게 위에 놓인 시를 읽으면서 또 다른 시인이 된다. 벚꽃에 취해 걷고 있으면 앙증스럽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우리도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보라색 구슬붕이, 노란 민들레와 눈을 맞춘다.

산안송이라 불리는 노송. 높이 11m, 가슴둘레 2.4m에 이르는 거대한 소나무는 300년이 넘는 세월을 한 자리만 지키고 있다.

임도 아래쪽 100m 떨어진 곳에 산안송이라 불리는 노송 한 그루가 늠름하게 서있다. 높이 11m, 가슴둘레 2.4m에 이르는 거대한 소나무는 300년이 넘는 세월을 한 자리만 지키고 있다. 산안송은 원래 암나무와 수나무 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었으나 수나무는 고사하고 현재는 암나무만 살아있다. 예로부터 산신령이 쉬어가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아랫마을 주민들은 이 소나무 아래에서 정월 초하룻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린다.

산벚꽃마을로 통하는 자진뱅이골로 내려서니 주변에 핀 꽃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복사꽃이 우아하게 피어있고, 조팝꽃도 아름다움을 뽐낸다. 연둣빛 신록 사이사이에 핀 산벚꽃은 다른 꽃들과 어울려 다채로워졌다.

산벚꽃마을에서 상곡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도착하자 산벚꽃마을을 품고 있는 자진뱅이골이 내려다보인다. 산벚꽃마을로 통하는 자진뱅이골로 내려서니 주변에 핀 꽃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복사꽃이 우아하게 피어있고, 조팝꽃도 아름다움을 뽐낸다. 연둣빛 신록 사이사이에 핀 산벚꽃은 다른 꽃들과 어울려 다채로워졌다.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은 신록과 산꽃들은 고즈넉한 자진뱅이마을을 꽃마을로 만들었다. 심심산골에 자리한 자진뱅이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다.

이 마을은 옛날에 천안 전씨들이 피난 와서 처음 정착한 마을이라 자전리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자진뱅이마을이 됐다. 행정명은 산안2리이지만 자진뱅이마을로 불리고 산벚꽃이 유명해지면서 산벚꽃마을로도 불린다. 산벚꽃마을은 22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동네다.

마을 아래 도로로 내려서니 벚꽃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화사한 벚꽃길에 벚꽃잎이 흩날린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벚꽃엔딩’이라는 노랫가락을 흥얼거린다. 나는 지금 하루 종일 꽃길만 걷고 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금산 보곡산골 산꽃술래길은 300만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산벚꽃 군락지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산골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 보통 4월 중순께 만개한다.
※코스 : 산벚꽃마을 오토캠핑장→오른쪽 임도→보이네요 정자→산꽃세상 정자→봄처녀 정자→산벚꽃마을(산안2리)→산벚꽃마을 오토캠핑장(원점회귀)
※거리, 소요시간 : 9㎞,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산벚꽃마을 오토캠핑장(충남 금산군 군북면 자진뱅이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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