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서일본노동조합 야스다 마사시씨

“이웃나라 광주에서 1980년 군부의 학살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투쟁을 일본에 알리고, 결사의 각오로 민주주의를 지킨 그 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일본인 야스다 마사시(安田昌史·62·사진)씨는 12년째 5·18을 기리고 있다.

야스다씨가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일본국유철도에 입사해 JR키신(姬新)선에서 기관사로 일하고 있던 야스다씨는 JR서일본노동조합의 초대 청년여성부장을 비롯해 집행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청년, 여성, 민주, 역사에 깨어있는 청년이었다.

1987년 전일본철도노동조합총연합회가 결성됐고 철도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중 2003년 한국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현지 조사활동에 참가하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이후 교류 협정을 맺고 매년 대구 2·18추모식에 JR서노 차원에서 방문했다.

야스다씨의 활동 거점인 오사카는 재일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제주 4·3 사건 때 제주도에서 피신 온 사람들도 많다. 이에 제주 4·3 유족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제주 4·3 추모제에도 참가하고 있다.

야스다씨는 2010년 신문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접했고,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이듬해 광주를 방문했다.

5·18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안성례 오월어머니집 관장을 만나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총을 겨눴고, 이에 맞서 싸운 용감한 시민들이 수없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야스다씨는 광주의 항쟁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는 당시 일본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 ‘광주사건’으로 보도돼 광주시민들이 폭도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생각했고, 또 목숨 걸고 선전활동을 하고 5·18 시민군을 결성한 젊은 청년들, 주먹밥과 헌혈로 힘을 보탠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그 정신을 일본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야스다씨의 이같은 생각에 일본의 시민단체, JR서일본노동조합은 물론, 한국의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도 지원과 연대의 힘을 보태 2015년 오사카에서 ‘광주민주화투쟁 35주년 기념집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야스다씨는 보다 본격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가칭 ’들불회’를 결성할 예정이다.

앞서 2019년 5월 방문 당시 들불열사기념사업회와 향후 방문 및 들불회 결성을 논의했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외 활동이 제한돼 미뤄졌었다.

야스다씨는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올해 민주묘지를 참배했지만,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이 마지막까지 사죄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한 정부의 반성은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형”이라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지, 5·18 추모는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이뤄져야 하는 지에 대해 그들은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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