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 현장에 철골구조물이 무너져 있다./김애리 기자·조영권 인턴기자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원인으로 구조물을 잇는 뼈대 간 접합 불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는 설계 과정에서 모 중공업이 보유한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양쪽으로 168ｍ에 달하는 철제 트러스(뼈대 구조체) 사이 사이에 연결하는 보를 설치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슬래브(지붕)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보는 콘크리트와 강재가 섞인 합성보를 사용해 압축·인장응력을 버틸 수 있도록 고안돼 동바리 없이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다.

이 공법은 설계 단계에서 제안됐고 광주시 공법심사위원회가 제작 방법과 시공 방법, 안전성 등을 검토해 승인했다.

같은 방식의 공법은 전국 공공기관이 발주한 다수의 복합시설 또는 주차장 등에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천 R&D 종합센터 등 대형 공공업무시설부터 체육센터, 대형 주차장 등 25개소에 이미 적용돼 준공이 완료됐거나 현재 시공 중이다.

다만, 콘크리트 타설 시 별도의 동바리(지지대)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하중을 견디는 트러스의 견고함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현장을 살펴본 전문가들과 건설업 관계자들은 트러스 연결 부위가 매끈하게 끊어진 점에 주목하며 용접 불량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의 트러스는 48ｍ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교각처럼 연결돼 168ｍ가 이어진 형태다. 공장에서 24ｍ씩 끊어진 트러스를 가져와 현장에서 이어 붙였다.

이어 붙이는 방법으론 주로 용접과 볼트 체결 등이 사용되는데, 광주대표도서관의 경우 용접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트러스를 지지하는 기둥이 길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2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자신을 건설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한 유가족은 “기둥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 하중을 버티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 “중간에 기둥 하나는 더 있었어야 했고, 용접이 미비하다 보니 기둥하고 보가 전체적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도 “붕괴 사고는 해당 층만 무너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고는 지하 2층까지 무너졌는데, 건물 자체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보(트러스)와 기둥을 연결하는 부분이 취약하면 당연히 힘을 못 받는다”며 “수사가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공사 관계자는 이날 붕괴 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합동 브리핑에서 접합부 시공 불량에 대해 “철판을 덧대서 안 보이는 것일 뿐 볼트로 체결했고, 용접도 일부 부위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2층 옥상이 무너져 지상 콘크리트와 철근 구조물이 연달아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잔해에 매몰됐는데, 사고 45시간여 만에 모두 수습됐으나 전원 사망했다./이연상·서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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