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치유예술가

1979년, 10월26일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 대통령은 박정희밖에 모르던 초등학교 6학년, 매일 뉴스에 나오는 장면은 길에 나와서 노인들이 통곡하는 장면이었기에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뉴스와는 달리 동네 사람들은 “총으로 잡은 권력은 총으로 간다고 하더니만, 김재규가 영웅이여!”라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박정희에 이어 대통령이 된 최규하 대통령은 힘이 없어보였다. 사람들은 말했다. “최규하는 허수아비여~ 십이십이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이랑 노태우, 글고 군대 사조직 하나회가 시킨 대로 허고 있어!” 신문에도 방송에도 나오지 않아도 시민은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전두환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고, 1980년 다음 해 5월, 전방의 공수부대가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주시민을 진압하러 탱크와 총을 장전하고 밀고 왔다. 시민들은 반란군에 저항했고, 광주는 피로 물들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환이 중심이 된 군대 사조직 ‘하나회’가 대한민국 권력을 사유화하는 군사반란, 1979년 12월12일 밤, 9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의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인데 심장이 뛰고 부글부글 피가 끓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현대사에서 가장 치욕의 9시간을 담은 영화다.

모든 국가 정보를 다 쥐고 있는 전두광(전두환 역, 황정민 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두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내 말 한마디면 너희 집 개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실패하면 쿠데타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권력욕에 미쳐버린 반란군들과 목숨을 걸고 전두광과 하나회 일당을 진압하려는 이태신(장태완 역, 정우성 분), ‘아, 이렇게 끝까지 전두환의 쿠데타를 막았던 참된 군인이 있었구나!’

전두광이 같은 편 먹자고 회유할 때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은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

그리고 윤성민 중장과 노재현 국방장관을 비롯한 비겁한 군인들이 반란군과 대화로 풀자고 할 때, “대화는 사람과 하는 거야!”라고 일갈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다음 해로 이어지는 광주 5·18의 장면들이 따라왔고, 그 이전의 역사 제주 4·3의 군인들이 내 마음속 화면에 겹쳐졌다. 영화의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어떤 간절한 희망을 품고 보고 있었다. ‘저것만 막으면 광주에 총을 들고 공수부대가 화려한 휴가를 올 수가 없어!’ 광주시민이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찝찝했다.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빙의가 되어 전두환, 노태우를 막아내고 싶은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오늘날까지 공권력의 사유화는 검찰로 이어지고 있다. ‘내 말 한마디면 너희 집 개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두환 시대의 권력과 ‘주변을 다 털면 누구나 범죄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검사들이 겹쳐진다.

‘올해가 가기 전에 1천만 관객을 넘는다’에 마음으로 한 표를 던졌다. MZ세대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공권력을 이용한 미친 욕망의 질주는 역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권자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고 했듯이, 우리에게는 직접 권력자를 선출하는 한 개의 표가 있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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