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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橫理落 松竹自成籬(백운횡리낙 송죽자성리)
遙望極淸絶 居人應未知(요망극청절 거인응미지)
흰 구름 마을에 나무 울타리 이루고
멀리서 바라보니 맑고 맑은 마을인데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알지를 못하겠네.
시심은 잠들기 전에 골똘한 생각 주머니에서 불끈 솟아오르지만, 친지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시낭(詩囊)은 가만있지를 못했다. 길가는 도중에도 시심의 용솟음엔 시상의 얼개를 억제하지 못했다. 자연에 뒤범벅이 된 시상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흰 구름이 온 마을을 뒤덮고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전경은 시적인 발상으로 요동을 쳤으리라. 흰 구름이 비스듬히 비껴있는 마을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겠구려(道中記所見)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으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근대 성리학자로서 크게 이름을 떨쳤다. 시문에 능했으며, 글씨·그림에도 뛰어났다. 김제 지역의 학풍과 학통을 크게 형성한 대학자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 냈으며, 학문적 영향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흰 구름이 비스듬히 비껴있는 마을에는 / 소나무,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루었네 // 멀리서 바라보니 맑고도 맑은 마을인데도 / 그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겠구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길가는 도중에 보는 바를 기록함’으로 번역된다. 깊은 사색에 잠기다가 시심이 우러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길을 걷다가 보고 들은 바가 있어 시심으로 얽히는 경우도 많다. 촌노들과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간까지 내 줄 양으로 비밀스런 말을 다 까발리는 경우도 있다. 좋은 글감을 얻고 좋은 시상을 일구기에 적합한 소재를 얻는 경우는 허다하다.
시인도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흰 구름이 비껴가는 어느 마을에 돌담도 쌓지 않고, 방풍림(防風林)으로 심었던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졌는데, 울타리 됐던 장면을 보면서 일궜던 시상 주머니가 꽉 채워졌음을 보인다. 흰 구름 비껴있는 마을에는 소나무,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뤘다고 했다. 제주도에 돌을 주워 다가 담을 쌓는 경우와는 다른 풍속도일 수 있다.
화자는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의 진풍경을 보고 ‘신선한 사람이 살고 있겠구나’하는 생각 때문에 신선한 시상을 보이는 작품의 면면을 살펴본다. 멀리서 바라보니 맑고 맑은 마을인데, 그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지 못하겠다고 했다. 신선미를 발견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白雲: 흰 구름. 橫理落: 비끼는 마을. 비껴가는 마을. 松竹: 소나무와 대나무. 自成籬: (소나무와 대나무가) 스스로 울타리를 이루다. // 遙望: 멀리서 바라보다. 極淸絶: 지극히 맑고도 맑은 마을. 居人: 사람이 살다. 應未知: 응당 알지 못하다. 반드시 알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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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10: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