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嬋娟天氣感韶華 金色垂楊萬縷斜(선연천기감소화 금색수양만루사)
處處煮紅春味好 滿山開放杜鵑花(처처자홍춘미호 만산개방두견화)
곱고 고운 하늘 기운 봄빛을 느끼고
금색의 수양버들 만 가지 늘어졌는데
온 산에 진달래 피고 봄 입맛 좋더라.
진달래가 피면 온 고을이 축제의 분위기가 된다. 축제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고 자홍색으로 곱게 물들어 있는 꽃을 따 전을 부쳐 먹는 행사를 벌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산등성이는 인화(人花)가 만발했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축제의 장이 된다. 윷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판을 즐기기도 한다. ‘고운 하늘 기운은 이제 봄빛을 느끼게 되고, 금색 수양버들이 만 가닥이나 늘어졌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여기저기서 화전을 지지니 봄 입맛 구미가 좋은데(煮花會)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매하(梅下) 최영년(崔永年:1856-1935)으로 한국 교육자, 언론인, 문인이다. ‘제국신문’을 주제하고 한일병합을 주장한 ‘일진회’의 기관지 편집장을 맡았기 때문에 친일파(親日派)로 몰리게 됐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길 것이나 교육자와 문인의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운 하늘 기운은 이제 봄빛을 느끼게 되고 / 금색 수양버들이 만 가닥이나 늘어졌구나 // 여기저기서 화전을 지지니 봄 입맛에 구미 더욱 좋은데 / 온 산에는 가득하게 진달래가 피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화전놀이’로 번역된다. 화전은 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우리 선현들이 오랫동안 즐겨 지져먹던 음식이다. 부침개 가루(혹은 밀가루)를 적당하게 풀어서 냄비 위에 넣어 적당하게 지진 다음 예쁜 꽃을 넣어 화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화전은 간식으로도 즐겨 먹었지만, 남정네들 술안주로는 그 맛은 별미였다.
시인은 화전(花煮·화자)에 대한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진달래가 만발한 봄철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벌린 시통 주머니는 가득 넘쳐 보인다. 고운 하늘 기운 봄빛을 느끼고, 금색 수양버들은 만 가닥이나 축 늘어졌다고 했다. 봄의 진미를 한껏 맛보려는 태세를 갖췄던지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화전회가 즐거웠음이란 서곡은 충만해 보인다.
화자는 여자들이 빙 둘러 앉아 지지면서 나오는 화전을 먹는 즐거움이 한껏 배어남을 만끽한다. 여기저기서 화전을 지지니 봄 입맛 묻어나고 좋은데, 온 산에 가득한 진달래가 피었다고 했다. 가을의 국화전이나 코스모스꽃전보다는 봄의 진달래나 산수유 꽃전이 그 별미를 더한다는 이야기가 새로울 정도다. 일궈 놓은 화전놀이 그림이 더 분에 넘치는 느낌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煮花: 꽃잎을 따서 지지다. 嬋娟: 곱디고운. 天氣: 하늘 기운. 感韶華: 봄빛을 느끼다. 金色: 금색. 垂楊: 축 늘어진 수양버들. 萬縷斜: 만 가지가 늘어섰구나. // 處處: 곳곳마다. 煮紅: 붉은 화전을 지지다. 春味好: 봄맛이 아주 좋다. 滿山: 온 산. 開放: 개방하다. 杜鵑花: 두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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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0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