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雖云芒木發花佳 蕩池蓮花尤香好(수운망목발화가 탕지연화우향호)
古今班常何有別 椒井洗心平等人(고금반상하유별 초정세심평등인)
가시나무라 불러도 핀 꽃은 아름답고
더러운 못 연꽃이라도 향기는 좋은데
초정에 마음 씻으니 사람은 평등하네.
소외되고 힘 못 쓰는 서민층을 가시나무와 더러운 못물에 비유한다. 가시나무를 도입하는 속뜻에는 저항적 이미지가 숨어있다. 가시 자체가 저항적이면서 숨기고 싶어도 밖으로 솟구친 진실이다. 그런 아카시아 꽃이나 연꽃 같은 경우는 특히 향이 더욱 진하고 깊어서 좋다. 장미나 국화 같은 군자 행세를 하는 꽃과 비교할 수 없다. 비록 가시나무라 불러도 핀 꽃은 아름답기만 하고, 더러운 못 연꽃이라도 향기는 좋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양반과 상놈이 어찌 서로 다름이 있으랴(椒井藥水吟)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1861-1922)로 한말 천도교의 지도자, 독립운동가다. 호는 의암(義菴), 흔히 소소거사(笑笑居士)라고 불렀다. 1882년 천도교에 입교해 1887년에 제3대 대도주가 됐던 인물이다. 민족대표 33인으로 3·1운동을 주도했으며, 교육·문화사업에 크게 힘썼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비록 가시나무라 불러도 핀 꽃은 아름답기만 하고 / 더러운 못 연꽃이라도 향기는 좋구나 // 예와 지금 양반과 상놈이 어찌 서로 다름이 있으랴 / 초정에서 마음 씻으니 사람은 다 평등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산초나무 우물의 약수를 읊다’로 번역된다. 나라를 빼앗기고 궁핍하던 시절이어서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는 울분을 쓴다거나 애국충정을 이야기하는 시가 많았다. 이 시는 계급사회가 지배하는 전제 정치를 반대하고 민권신장을 외치는 휴머니즘이 진한 시다. 시인이 구국을 위해 독립선언문을 쓰고 해방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치면서 실천한 역사인식이 깊기 때문이겠다.
시인은 자연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각가지 시상을 모두 이끄는 시낭은 충분해 보인다. 비록 가시나무라 불러도 핀 꽃은 아름답기만 하고, 더러운 못 연꽃이라도 향기는 좋다고 했다. 소외되고 힘 못 쓰는 서민층을 가시나무와 더러운 못물을 도입해 비유시킨다. 가시 자체가 저항적이면서 숨기고 싶어도 자꾸만 밖으로 솟구쳐 나오는 진실이다.
화자는 통쾌하며 잘못된 반상계급의 뿌리 깊은 아킬레스건을 마냥 유린하면서 시대를 비아냥거린 의지가 분명하다. 예와 지금 양반과 상놈이 어찌 서로 다름이 있으랴 / 초정에서 마음 씻으니 사람은 다 평등하다고 했다. 기저에 그런 사상을 깔고 있는 한시 한 수는 문학적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으로도 잘못된 인권에 대한 큰 질문이기도 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雖云: 비록 말한다. 芒木: 가시나무. 發花: 꽃을 피우다. 佳: 아름답다. 蕩池: 더러운 못. 蓮花: 연꽃. 尤香好: 더욱 향기가 좋다. // 古今: 예나 이제나. 班常: 양반과 상놈. 何有別: 어찌 다름이 있으랴. 椒井: 임금의 아내가 거처하는 궁전. 여기서는 깨끗한 샘물. 洗心: 마음을 씻다. 平等人: 평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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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1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