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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擔一笻竹 闊步嶺湖中(횡담일공죽 활보령호중)
日暖千郊稔 霜侵萬木紅(일난천교임 상침만목홍)
죽장을 등에 메어 영호남 활보하고
일기가 따듯하니 온 들에 풍년인데
나무에 서리가 내려 붉게도 물들었네.
한암선사께서 결심에 대한 글을 보인다. ‘결심’(決心)이란 것은 ‘결정심’(決定心)을 뜻한다.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반드시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니, 다시 말하면 즉 용맹심, 정직심, 견실심(堅實心: 견고하고 실다운 마음)이라 하겠다. 이 마음을 발(發)한 자는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다 성공 한다’라고 했으니 시제가 주는 시상의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죽장 하나 겨우 등에 메고, 영남과 호남을 두루 활보하였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서리가 내리니 온 나무는 붉게 물들었네(橫擔一 竹)로 실제(失題)하여 임의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한암선사(漢巖先師) 방중원(方重遠:1876-1951)으로 고승의 사표다. 조계종의 초대 종정을 지냈던 인물이다. 박한영, 경허성우와 함께 근세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한국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 그가 남긴 편지와 잡지에 수록된 글을 모아 ‘한암집’이 출판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죽장 하나 겨우 등에 메고 / 영남과 호남을 두루 활보하고 있네 // 날이 따뜻하니 온 들에는 풍년이 들어 있고 / 서리가 내리니 온 나무는 붉게 물들었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죽장 하나 빗겨 메고’로 번역된다. 시인보다 60여 년 전에 살았던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난고(蘭皐) 김병연(1807-1863)이란 시인이 있었다. 삿갓을 눌러 쓰고 죽장 하나만 메고 전국을 유람하면서 풍성한 일화와 풍자시를 많이 남겼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곧 돈 한 푼 담지 않고 전국을 유람했었다고 전하는 시인이다. 선사의 시를 읽으려니 불현듯 이 시인의 생각이 난다.
시인도 고승답게 전국을 유람하면서 흘러넘치는 시상을 어찌할 수 없어 철철 넘치게 담아 내지 아니 할 수 없었음을 느끼게 한다. 시상의 흐름 속에서 보인 죽장 하나만을 등에 메고, 영남과 호남을 두루 활보했다고 했다.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로 다니다 보면 시심이 불꽃처럼 울어났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자의 가슴 속에 살포시 다가온 계절은 익어가는 가을이었으니 풍성한 수확은 시심을 울어내기에 충만했음을 알게 한다. 날이 따뜻하니 온 들판에는 풍년이 들고, 서리가 침입하듯 내리니 온 나무는 붉게 물들었다고 했다. 가을이 찾아온 풍성한 가을에 들판의 풍성함과 하염없이 떨어지는 붉은 낙엽을 생각했겠다.<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擔: 짐을 등에 둘러메다, 一 竹: 죽장 하나. 橫擔: 비껴서 메다. 闊步: 활보하다. 큰 걸음으로 내딛다. 嶺湖中: 영남과 호남. // 日暖: 날씨가 따뜻하다. 千郊: 모든 시골, 온 들판, 稔: 여물이나 곡식이 잘 익음, 霜侵: 서리가 침입하다. 서리가 내리다. 萬木紅: 모든 나무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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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3 (화) 1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