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괘 초육의 효사는 ‘유기미 린’(濡其尾 吝)이다. 즉, ‘어린 여우가 꼬리를 적시니 애처럽다’는 뜻이다.

초효는 양위에 음효로 힘이 없고 미제괘의 처음이다. 내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나 힘이 없어 건너지 못하고 초효에 해당하는 어린 여우의 꼬리 부분이 물에 빠져버려 실패하고 만다.

상전에서는 ‘어린 여우가 꼬리를 적신다는 것은 또한 종극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 ‘유기미 역불지극야’(濡其尾 亦不知極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허황된 일을 하려고 한다. 여름에 난로를 팔고 겨울에 에어콘을 팔려고 하는 경우와 같다. 미제는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으로 처음이라 힘이 없고 능력도 없어서 어려운 시기이다.

기제의 초구에서는 ‘예기륜 유기미 무구’(曳其輪 濡其尾 无咎)라 했지만 미제에서는 ‘유기미 린’(濡其尾 吝)이라 했다. 미제에서는 바퀴나 여우의 꼬리를 초육과 구이로 설명한다. 미제는 기대와 반대로 처음에는 어려워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룬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 경솔하게 생각없이 나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바퀴는 혼자서 스스로 시끄럽게 나갈 우려는 없으니까 강중(剛中)의 구이에 해당하고 망동하는 작은 여우의 꼬리를 적시는 것은 초육으로 본다.

기제의 초구에서 ‘유기미’라는 의미는 기제는 이루려고 한 것을 이미 이뤘기 때문에 이제 피곤해서 꼬리를 물에 적시고 쉬고 있는 것을 ‘무구’라고 했지만, 미제는 이제부터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망동해 이루려고 성급하면 힘이 부족하고 피곤해져서 꼬리를 적셔버려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하면 애처로운 일이기 때문에 미제 초육에서는 ‘유기미 린’이라 한 것이다. 그 까닭은 자기의 힘도 알지 못하고 일이 어렵고 쉬운 것을 분별하지 못하는 초육의 위치에서 허황된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초육을 만나면, 매사가 시기상조(時機尙早)임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힘이 부족한 것을 모르고 망동하다가 실패한다.

공명(功名)을 이루고자 결국 추태(醜態)를 보여 따돌림 당하고 투기적인 일에 뛰어들어 손재(損財)를 당하며 이성문제로 신용을 잃게 된다. 운기, 운세는 힘도 없는 주제에 야망만 커서 남과 다툼으로 상해(傷害)를 당하고 시기상조임에도 망동(妄動)해 곤궁에 빠지며 색정의 문제로 인해 지위를 잃고 사업을 망치는 때이다. 사업이나 지망 등 바라는 바는 전망이 없는 때로 독립은 불가하니 남에게 등을 돌리고 독단(獨斷)으로 하면 실패한다. 교섭, 담판, 거래 등도 무모하게 진행하면 중도에 분쟁 등이 발생하여 실패하니 멈춰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무난하다. 섣불리 이전을 강행하면 생각지 못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집안이 시끄러운 일이 생긴다. 물가는 일시적으로 내려가 저가에서 유지된다.

혼인은 중도 파기될 수 있으니 보류해야 한다. 잉태는 어렵고 모체를 위해 임신이 반복되는 것은 좋지 않다. 병은 위중(危重)하나 점차 좋아져 가는 소강(小康)이라면 호전된다. 기다리는 일은 기대할 수 없고 가출인은 정사(情事)로 인해 가출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 돌아오기 힘들며, 분실물은 분실한 곳을 알 수 없어 찾기 힘들다. 날씨는 비가 오고 흐리다.

‘실점예’로 ‘모인의 신규사업 여하’를 문점받아 미제괘 초효를 얻었다. ‘미제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괘이고 초효에서는 계산이 틀리고 예측이 빗나가 엉뚱한 일을 하는 때이다. 마치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모기장을 팔고 한 여름에 난로를 파는 격이다. 사년 후에 시작해 보라고 했다.

미제괘 구이의 효사는 ‘예기륜, 정길’(曳其輪, 貞吉)이다. 즉,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뒤로 끌어당기면 바르고 길하다’는 뜻이다.

이효는 음위에 양효로 부정의 효이나 구이는 감수의 주효로서 중용의 미덕을 갖춰 미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미제괘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시대를 상징하는 괘로 불과 물이 위치가 바뀌어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이다. 특히 육오가 음으로 힘이 약해 모든 것이 빈곤 빈약하다.

따라서 육오의 군위는 유순부정(柔順不正)하여 힘이 약하니 구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구이는 중을 얻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망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曳其輪) 육오의 미약한 군주를 잘 보좌하여 난국을 극복(貞吉)할 수 있다.

이를 상전에서는 ‘구이가 바르고 길한 것은 중정(中正)을 행하기 때문’이라고 해 ‘구이정길 중이행정야’(九二貞吉 中以行正也)라고 말한다.

지금은 어려운 때로 기세를 죽이고 일을 진행하면 안되는데 윗사람인 군왕의 도움을 받으면 이뤄진다. 기다려야 하는 때이다. 효사의 ‘예기륜’이란 수레 바퀴의 뒤를 끈으로 묶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고, 이렇게 해서 굳게 멈춰서 나아가지 않는 것이 미제중의 미제인 내괘의 때에 마땅하고 길(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이는 강중(剛中)의 효이기 때문에 초육과 같은 경솔한 린(吝)에 빠지지 않는다고 해서 상전에서 ‘중이행정야’(中以行正也)라고 말했다. 즉 중위에 있기 때문에 도(道)에 마땅하다는 것이다. 초육은 스스로 자제(自制)가 안돼 실수하는데 구이는 견고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안태(安泰)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르러 발전의 기회를 잡는다. 지금은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매사에 있어 급진(急進)과 망동(妄動)은 금물이다. 어려운 때로 그 기세를 죽이고 진행을 완화시켜야 한다. 육오 군왕의 도움을 받으면서 기다리면 이루어진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이를 얻으면, 운기, 운세는 지금은 간난(艱難) 중에 있지만 자중(自重)하면서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 나가면 마침내 호전된다.

직업, 직장도 전도(前途) 광명(光明)이 다가오고 있으니 동요되지 말고 잠시 기다리면 된다. 소망 등 바라는 것은 독단으로 나아가면 좌절하니 다른 사람(六五)의 조력(助力)을 기다려야 한다. 교섭, 담판, 거래 등은 삼가여 멈추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오니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해 강하게 나아가면 상대의 계략에 빠진다. 주거, 이전도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물가는 등세(騰勢)의 조짐이 있지만 절제되어 보합(保合)을 유지한다. 혼인은 친교하는 사람이 많아 복잡한 사정이 있으나 성사된다. 잉태는 평안하다. 병은 열이 상승하고 독성의 병은 근치(根治)되지만 쾌유되기에는 큰 진전이 없다. 기대하는 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가출인은 나간 경로가 밝혀지나 마중나가지 않으면 돌아오기 힘들며 분실물 등도 잃어버린 경로가 판명된다.

‘실점예’에서 구이를 만나면 미제는 수화(水火)가 교차하지 않아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잘 참고 기다려 상효까지 나아가면 반드시 일이 이뤄지므로 ‘미제형’(未濟亨)이라 한 것이다. 구이는 양강(陽剛)의 효가 음위(陰位)에 있어 어려운 때로 나아가고자 하는 기세를 죽이고 심사숙고하면서 결정을 서두르지 말고 사효를 기다려야 한다. 이를 ‘예기륜 정길’ 즉, ‘앞으로 나아가는 수레의 뒷부분을 끌어당겨 못나가게 하면 바르고 길하다’고 한 것이다.

미제괘 육삼의 효사는 ‘미제 정흉, 이섭대천’(未濟 征凶, 利涉大川)이다. 즉, ‘일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니 나아가면 흉하지만 큰 하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뜻이다.

삼효는 양위에 음효로 힘이 없고 감수 간난의 최상위에 있는 부정한 자리이니 나아가면 흉하다. 상전에서는 ‘일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니 나아가면 흉하다는 것은 위치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 ‘미제 정흉 위부당야’(未濟 征凶 位不當也)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는 힘든 때이지만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을 용기있게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이섭대천(利涉大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외로 건너 이민을 가게 되던가 해외에서 들어오게 된다. 아직까지는 힘든 시기이다. 무리하게 나아가면 안된다. 내괘의 이효 감(坎)은 미제 중의 미제라고 말했지만 육삼은 극(極)한데 있어서 미제를 벗어나려고 하는 데 있다. 그러나 미제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니 ‘미제 정흉’이라 했고, 감(坎)의 수상(水上)에 이(離)의 배를 띄워 건너야 할 때에 해당하니 ‘이섭대천’이라고 한 것이다. 간발(間髮)의 차이로 미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점사에서 미제 육삼을 얻으면, 나아가는 것을 삼가면서 때가 오면 언제라도 나아갈 준비를 충분히 해 두어야 한다.

때가 되면 이섭대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手)으로 하는 것보다는 기계의 힘에 의지해야 하고 소자본으로는 손실을 보지만 대자본으로는 성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 자력(資力), 시운(時運) 등을 잘 비교해 기회를 잘 잡았다면 개운(開運)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좋아지는 것과 나빠지는 것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고, 잘 되는 것도 못되는 것도 일어나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운기, 운세는 새벽이 가까이 왔는데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 망동(妄動)해 쓸데없는 상해(傷害)를 자초한다. 호운(好運)으로 향하고 있는 때에 힘이 부족해 번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으로 침착하고 빈틈없이 준비해야 할 때이다.

직업은 평생 할 일에 대하여 준비와 마음가짐이 돼 있지 않고 잠깐의 휴식이나 일시적인 기분으로 직업을 대하고 있으면 실패한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전업(轉業)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평생해야 하는 일로서 선택해야 하고 이전은 장기간 오래 살 곳을 찾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일에 협력하여야 길을 얻을 수 있다. 교섭, 담판, 거래 등은 결단(決斷)하지 않으면 화(禍)를 입어 패할 우려가 있고 너무 돌진하는 것은 좋지 않으나, 자신의 재주와 능력에 맞게 행동하면 점차 유리하게 전개된다. 지망 등 바라는 바는 방심하거나 서두르면 일을 망치고, 감당할 재력(才力)으로 추진해 가면 호기(好機)가 온다.

물가는 고저(高低)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시 안정을 취한다. 혼인은 시집가는 인연보다 받아들이는 인연이 길하다. 잉태는 조산의 우려가 있다. 병은 조기 치료가 필요하고 어제 오늘의 병은 낫기 쉬우나 오랜 병은 악화된다. 기다리는 것은 늦게 오고 가출인은 곤궁에 처한 자로서 막 나간 자는 돌아오나 나간 지 오래된 자는 소식이 없으며, 분실물은 찾기 어려우나 의외의 곳에서 모양이 변해 발견될 수 있다. 날씨는 바람이 불고 비는 개인다.

‘실점예’에서 미제괘 육삼을 얻으면 추진하는 사업은 아직은 미완성으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未濟 征凶), 내년 즉, 사효에서 일이 이뤄지니 새로운 사업으로 큰 일을 시작해 열심히 준비해야 할 때다(利涉大川). 그래야 사효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금년 즉, 삼효에서는 기존 사업에 아무리 노력하고 투자한들 오히려 큰 곤란만 초래한다. 시운의 변천 즉, 만 삼년이 지나고 사년의 때가 와야 일이 성사되니 이섭대천의 준비를 하면서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동인·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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