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화)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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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국비를 잘 쓰는’ 방안 토론과정에 나왔다. 문체부 장관이 지방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와서 돈을 써주면 도움이 된다”며 지역관광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강진을 성공사례로 들었다. 강진 ‘반값 여행’이 전국적 뉴스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사실 ‘반값 여행’은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먼저 파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유사 상품은 많았지만 최대 20만원 환급은 처음이었다. 관광객 유치가 어렵지 않은 곳에서 파는 신상(新商)도 이색적이었다.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란 별칭을 가진 곳 아닌가. 가난한 깡촌의 실험적 시도였다. 강진은 전국 인구감소지역(89곳) 중 재정력이 꼴찌권이다. 시작부터 전국 지자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값 여행’ 첫해인 작년엔 애를 많이 먹었다. 2월말 열리는 청자축제와 연계해 신청자를 모집했지만 쉽지 않았다. 관광 비수기땐 신청이 낮았다. 낮은 인지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8월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참가객이 크게 늘었다. 12월까지 사업비(22억원)를 소진했다. 당초 계획한 소기 성과도 거뒀다.
올해는 완전 대박이었다. 작년보다 증액한 예산(32억원)이 5월에 동이 났다. 추경(24억원)을 편성해 사업을 7월에 재개했지만 8월에 완판됐다. 무엇보다 강진 모델을 본뜬 동일 상품이 전남은 물론이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영암군 원플러스원, 하동군 신혼부부 여행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값 여행’ 성공 신화는 강진원 군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강 군수는 일찍부터 생활인구에 꽂혔다. 활력을 잃고 있는 농산어촌에 생기를 불어 넣는 대안으로 봤다. 일본 인구감소지역 모델에 착안한 듯싶다. 2010년 군수에 취임해 추진한 체류형 농촌관광상품 ‘강진 푸소’는 생활인구 유치전략이었다. 생활인구 개념이 보편화되기 훨씬 전이다. ‘반값 여행’은 생활인구 유치를 위한 ‘강진 푸소’ 새 버전인 셈이다.
‘반값 여행’ 정책화는 쉽지 않았다. 초기에 군민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예산 낭비’ ‘관광객 퍼주기’란 비판적 여론이 있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할 군수로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장들에게 사업을 소상히 설명했다. 군민과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모여 토론도 했다. 군민들도 사업을 공감했다.
강 군수가 쏘아 올린 ‘반값 여행’은 날개를 달았다. 행안부는 1조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 방향을 변경했다. 지금의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꿨다. 인구유입 효과가 큰 사업을 발굴하라는 시그널이다. 체류인구 확대 모델로 ‘반값 여행’을 제시했다. 문체부는 내년부터 ‘반값 여행’ 시범지역을 전국 20곳에서 실시한단다.
‘반값 여행’ 성공에도 아쉬운 대목은 많다. 외지인 비율이 높지 않다. 광주 전남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여행경비 총액에서 숙박비가 30%를 넘지 않는다. 강진 내 체류시간이 짧다는 말이다. 여행경비 정산금(최대 20만원) 사용처도 특정 대형 마트와 일부 식당으로 한정됐다. 사업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증거다.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반값 여행’을 성공했다고 평가한 이유는 지역경제 재순환 구조 때문이다. 환급한 여행경비 지원금은 100% 지역 내에서 재소비된다. 군비를 퍼 준 것이 아니다. 군비로 지역상권을 살리는 사업이다. 이젠 전국 인구감소지역에서 시도해 볼 사업이 아니라, 필히 시도해야 할 사업이 됐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 시 군 정책을 콕 찍어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강진군처럼 혁신적 모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강 군수는 ‘반값 여행’으로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희망의 불씨를 퍼트리고 있다. 강 군수가 내년과 내후년에 어떤 묘책으로 지역에 또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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