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디지털 고해소’

우리는 하루에도 수 차례 거짓말을 한다.

“잘 지내요.”,“괜찮아요.”, “읽었어요.”

익숙한 말들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날이 많다. 그 말은 타인을 위한 배려처럼 포장되지만, 실은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자기기만이다.

심지어 익명으로 답할 수 있는 설문조사조차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멀쩡해 보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다.

타인 앞에서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 앞에서 더 정직하지 못한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괜찮은 사람’의 껍질 안에 감정을 눌러 담는다.

화가 나면 기쁨도 줄어들고, 슬픔을 참으면 설렘도 마비된다.

몸은 그저 ‘참는 법’만 배운다. 울어도 안 되고, 드러누워도 안 되고, 약해 보여서도 안 된다.

사회화란 결국 ‘몸의 억압’을 학습하는 과정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억압은 언젠가 감정을 잃어버린 표정, 무뎌진 감각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문득 혼자 있는 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검색창 앞에 조용히 속삭이듯 고백한다.

“슬퍼요.”

“사람들이 짜증 나요.”

“어떻게 살아야 하죠?”

이제 사람들은 감정 없는 AI 앞에서 오히려 더 진실해진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 꺼내기 어려웠던 질문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인간이 인간에게는 하지 못 하는 말.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는 차마 꺼낼 수 없었던 고백들. 우리는 그것을 차가운 알고리즘에 털어놓는다.

그러고 보면 회화도 어쩌면 고해소와 닮아 있다. 말로는 닿을 수 없는 마음을 색으로 풀어내는 공간.

내가 작업하는 ‘마음산책’ 시리즈는 그런 감정의 여정을 다섯 겹의 색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억압에서 회복으로, 침묵에서 고백으로….

검정은 감춰진 진실이고, 회색은 무감각의 표면, 푸른빛은 감정의 각성, 노랑은 회복의 기미, 붉음은 살아 있는 고백이다.

어쩌면 오늘 하루, 우리가 가장 진실해지는 순간은 사람 앞이 아니라, 화면 앞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솔직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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