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민 전남대 대학원장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문대학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공립대학 체계를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공립대학은 직업훈련 중심의 2년제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CCC), 교육중심의 4년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SU), 그리고 연구중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UC)로 구성돼 있다. 세 단계의 대학이 각각 뚜렷한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 역시 이 UC 시스템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C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UC버클리, UCLA를 비롯해 10개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우리나라의 지역 거점 국립대 10개교를 UC 시스템처럼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발상이다.

UC 시스템이 벤치마킹의 모델로 거론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유수의 사립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탁월한 연구 성과를 통해 전 세계 학문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UC 소속 10개 대학에서만 7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UC 시스템은 ‘평의원회(Board of Regents)’라 불리는 26명의 이사회가 전체 대학의 운영을 총괄한다. 이들은 주요 정책과 재정 계획, 등록금 결정, 전체 총장(President) 및 각 캠퍼스 총장(Chancellor) 임명 등을 담당하며, 대학 운영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확보한다. 주정부로부터 받은 공적 자금과 등록금 수입의 일부는 각 캠퍼스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분된다. 통합 회계 기준과 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연금 기금과 기부금 자산을 일괄적으로 관리, 운용하는 것도 UC 본부의 역할이다.

UC는 단일한 재정 시스템뿐 아니라 연구 자원도 공유한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를 비롯한 대형 연구소와의 계약, 데이터 접근, 장비 활용 등이 시스템 전체의 자산으로 운영된다. 학술 연구 결과는 UC 프레스(UC Press)를 통해 출판, 보급되고, UC 산하 6개 대학병원은 교육, 연구, 진료를 표준화해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각 캠퍼스는 고유한 특성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 UC버클리와 UCLA는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 공학 등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UC샌프란시스코는 학부 과정 없이 의학과 보건과학에만 전념한다. UC데이비스와 리버사이드는 농업, 수의학, 식품과학, 환경과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UC 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 사명은 공공봉사(Public Service)다. 각 캠퍼스는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학과와 연구 과제를 운영함으로써 캘리포니아 전역의 균형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설립된 UC머세드는 샌호아킨 밸리 지역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농업, 환경, 에너지 산업과 연계한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UC 시스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자원을 공유하고, 효율적인 협력 구조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각 캠퍼스는 지역 산업과 환경, 문화적 장점을 반영한 특성화 전략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캘리포니아 전체의 균형 발전을 견인했다.

우리나라의 거점 국립대학들도 이러한 UC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의 산업과 문화적 강점을 반영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호 연계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때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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