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내년도 국비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보하면서 민주주의 도시 광주를 계승하는 ‘빛의 혁명’ 예산도 포함됐다. 5 18 구묘지 민주공원 조성,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이 그것이다. 사적지 지정 28년 만에 처음이다. 5·18 구묘지는 당시 희생자들이 청소차와 수레에 실려 매장된 장소로 진상규명 투쟁의 발원지다. 전두환 정권의 폐쇄 시도에도 지켜냈다. 옛 적십자병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피를 나누고 부상자를 치료한 생명 나눔의 현장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다.

의미가 깊다. 주요 사적지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광주의 정체성을 한껏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국비가 투입될 옛 적십자병원을 둘러싼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광주시가 지난달 개최한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방안이 큰 공감을 얻지 못한 때문이다. 역사적 공간으로의 보존과 함께 5·18 미래 세대관 조성이라는 목적을 십분 살려야 한다.

먼저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2-3층에 트라우마 치유 실증센터가 입점하는 동시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위한 곳으로 사용된다는 부분이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1층 디지털 역사관에 쓰이는 AR/VR 기술도 어둠 속에서 이뤄지는 체험이 전제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1996년 서남학원이 부지를 사들인 이후 대학병원으로 바뀌었다가 경영난에 2014년 폐쇄됐으며, 2020년 광주시가 매입하기 전까지 방치됐다. 건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원칙은 원형 보존이라며 일부 구간만 남겨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5·18 사적지의 가치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을 시민들의 저항으로 무력화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제1호에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선정돼 후속 조치가 주목받고 있다. K-민주주의 산 교육장으로 국내외에서 재조명되는 만큼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5·18 단체와 전문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 콘텐츠다. 광주의 위상을 제고할 종합 계획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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