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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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은 오히려 적적하고 책들은 흩어져 있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33)

  • 입력날짜 : 2019. 08.13. 18:09
題二養亭壁(제이양정벽)
사암 박순

골짜기 새소리가 한 번씩 들리는데
침상은 적적하고 책들은 흩어졌네
백학대 흐르는 물은 진흙빛을 띠는데.
谷鳥時時聞一箇 匡床寂寂散群書
곡조시시문일개 광상적적산군서
可憐白鶴臺前水 纔出山門便帶淤
가련백학대전수 재출산문편대어

고운 정자의 절경을 만나면 시심이 우러나와 가만있지를 못했음을 알게 한다. 벽에 낙서를 하는 것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선현들의 낙서는 지금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연과 함께 펼쳐진 시상을 주련(柱聯)으로 절구 혹은 율려를 담아 붙여놓음으로써 후대의 귀감이 되게 했었다. ‘참으로 가엾구나, 백학대 앞으로 흐르는 저 물은, 겨우 이 산문을 떠나자 오로지 진흙을 띠게 되는 것’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침상은 오히려 적적하고 책들은 흩어져 있네’(題二養亭壁)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사암(思菴) 박순(朴淳·1523-1589)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성균관전적, 홍문관 수찬·교리, 의정부사인 등을 두루 거쳤던 인물이다. 1561년 홍문관응교로 있을 때 임백령의 시호 제정 문제에 관련해 윤원형의 미움을 받은 이후 파면돼 향리인 나주로 돌아와 시작에만 전념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골짜기 새 소리가 때때로 한 번씩 들리는데 / 침상은 오히려 적적하고 책들은 흩어져 있네 // 가엾구나, 백학대 앞으로 흐르는 저 물은 / 겨우 이 산문을 떠나자 오로지 진흙을 띠고 있는데]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정자의 벽에 쓰다 / 이양정(二養亭) 벽에 시를 쓰다]로 번역된다. 이양정이란 정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시인이 정자의 벽면에 시를 지어 쓰려고 했음을 알게 한다. 정자의 주위의 자연 환경을 보면서 유유자적한 모습과 정자에 앉은 이들의 시심이 우러나도록 하면서 편히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시인은 새소리가 들리고 침상에는 책이 흩어져 있다고 했으니 정자에서 보는 정경과 상황을 알 수 있는 시심 덩이를 만지고 있다. 골짜기에는 새 소리가 때때로 한 번씩 들리는데, 침상은 적적하고 책들은 흩어져 있다고 했다. 새소리라는 움직임과 책이라는 비움직임을 비유로 놓으면서 흩어지지 않도록 부여잡는 모습이 보인다.

화자는 백학대 앞에 흐르는 물과 진흙을 보았다는 시상 주머니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시어로 얽혀 놓았다. 먼저는 ‘가엾구나!’라고 탄식하면서 백학대 앞을 흐르는 물이 이 산문을 떠나자 오로지 진흙을 띠게 되었다고 했다. 이 시로 정자를 바라보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자와 진흙과의 관계 설정이 분명하지 못한 흠점은 보인다.

※한자와 어구

谷鳥: 골짜기의 새소리. 時時: 때때로. 聞一箇: 한 번씩 들리다. 匡床: 침상. 寂寂: 적적하다. 散群書: 많은 책들이 흩어져 있다. // 可憐: 가련하다. 白鶴臺: 백학대. 前水: ~이 앞으로 흐르다. : 겨우. 出山門: 산의 문을 떠나다. 산 입구 쪽이었겠음. 便: 곧 오로지. 帶 : 진흙을 띠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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