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화)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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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는 민주주의와 분산적 국가운영의 핵심원리이고, 지방자치는 분권과 참여를 기본원리로 작동된다. 주민자치는 기초자치의 핵심요소로서 마을 공동체의 성숙, 민주주의 발전, 국가선진화를 위한 국민의식 성숙에 가장 효과적인 훈련장이다. 따라서 지방자치 실시 30년, 주민자치위원회 설치 20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10년이 넘은 지금, 주민자치의 현주소를 진단 평가해 성숙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핵심원리지만, 지방자치법에 아직 이름도 올리지 못한 주민자치제도, 주체인 주민지도자와 주민, 육성책임의 단체장과 공무원 등 우리 주민자치는 모든 요소가 매우 열악하다.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의 기반환경도 매우 취약하다. 우리 주민자치 발전을 발목잡고 있는 세 가지 핵심과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 지방간 정치적 분권이 안돼 후진적인 정치가 자치발전을 억압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지역독점정치구조인 영·호남지역은 주민자치의 정책 책임자인 기초단체장이 주민자치를 제대로 육성하기 곤란한 딜렘마적 상황에 처해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 간의 양보와 타협,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을 핵심요소로 하며 단체장을 포함해 누구도 정치·관치적 개입으로 이러한 본질적 속성을 저해해서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성숙 될 수 없다. 그러나 선거직 단체장은 다음선거와 소속 정당을 의식하면서 정치적 기반확보를 위한 조직관리와 당원모집 등 세력확보를 위한 선심성 개입이나 지도자 포섭 등의 유혹으로 주민자치 육성에 매진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한 낮은 정당민주화, 후진적 정치문화, 정치적 독점지배의 지역사회는 지역주의적 정서, 낮은 민주 자치의식, 합리적 비판세력의 미약으로 독점정당을 견제하는데 한계가 있어 비민주적 비합리적이기 쉬운 정치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이다. 즉 합리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주민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있다. 더구나 각종 선거과정에 후보자들의 권력획득을 위한 집착과 후진적 선거문화로 인해 주민들은 분열 갈등을 겪게 되고 마을 공동체는 파괴돼 통합성을 본질로 하는 주민자치를 원만하게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에 대한 보수정당의 인식의 문제이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육성은 정권에 관계없는 국가발전의 기본원리로 관리돼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보, 보수 간의 시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정권교체에 따른 주민자치 정책의 단절과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다.
참여연대의 평가에 의하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평가할 만한 자치분권 정책이나 공약을 사실상 단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또한 금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 힘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자치분권 관련 공약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와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발표내용까지 포함해 평가하더라도 국민의힘은 자치분권에 관심이 없고, 인수위의 국정과제는 실행 가능성이 의문이라는 평가다.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자치분권에 대한 최소한의 공약도 내놓지 않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 힘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극우세력들의 말처럼 주민자치 육성으로 일정한 사상을 가진 집단이 주민자치회를 장악해 사회주의·전체주의 세포조직이 된다거나, 결국 체제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발전 과정에 넘어야 할 큰 장애인 것이 분명하다. 정략적 판단 보다는 국가발전을 위한 진정성있는 토론과 합의가 시급한 과제이다.
셋째, 주민자치 관련사항에 대한 주민의 인식부족이다. 주민자치의 성숙발전은 결국은 당사자인 주민지도자나 주민들이 주민자치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성숙된 판단을 하느냐의 문제이다. 주민자치 성숙발전 과정에 주민이 정확히 인식해야 할 과제로는 1)주민자치를 우리 마을과 지역, 국가발전을 위한 최고의 민주주의 훈련장이라는 가치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는가이다. 정치개혁 등 주민자치 저해환경을 개혁할 힘이 모일 만큼 주민자치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식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2)정치권력의 제일목표는 권력의 확보 유지라는 점,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점, 지역정치 독점의 장기화가 가져오는 지역역량 쇠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개혁의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3)지역사회의 성숙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비판의 가치가 더욱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부패하기 쉬운 독점권력의 견제 비판은 지식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으로 용기있게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이 일상화 되는 민주주의와 주민자치가 돼야 정치개혁의 힘도 모아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주민자치의 성숙발전은 다른 문제들도 그렇듯이 주민자치발전을 옥죄고 있는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일이다. 아울러 그러한 개혁의 힘은 주민자치의 가치와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합리적 비판과 토론할 수 있는 전문성과 사명감으로 정도자치를 실천해 감으로써, 주민의 자치역량이 높아지고 개혁 주체로서 힘도 모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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