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민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미국 조지아대학 파견근무

전 세계 대학이 혁신하고 있다. 현재 대학교육이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켜온 교육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 올린 공대이다. 올린 공대는 1997년에 설립에 착수해 2002년에 개교했다. 하버드 등 미국 주요 대학이 1800년 전후에 문을 연 데 비하면, 대학의 역사가 짧다. 입학 정원이 75명이어서 300여 명이 재학한다. 작은 학부 중심대학(liberal arts college)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20여 년 만에 아이비리그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린 공대는 F.W. 올린 재단이 설립했다. 미국 공대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개교를 추진했다. 아무도 하지 않은 방식을 도입해 기존 공대에 충격을 주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래서 전통 공대의 모든 것을 뒤집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 대학은 출발부터 달랐다. 개학 1년 전인 2001년에 30여 명의 예비 신입생을 뽑았다. 그리고 “올린 공대를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만들어 보세요”라고 주문했다. 이들과 교수들이 토론과정을 거쳐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수요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대학 커리큘럼을 완성했다.

올린 공대는 기존 대학과 달리 없는 것이 많다. 모든 학생이 4년 동안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학비가 없다. 대학에서 교수의 직장을 평생 보장하는 종신 교수제(tenure)가 없다. 교수들은 5년마다 재계약한다. 전공은 있지만, 학과가 없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융합 교육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입생을 뽑는 방식도 독특하다. 1차는 서류전형으로 선발한다. 2차는 1박2일 동안 엄격한 검증시간을 갖는다. 첫째 날은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다음 날은 그 내용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협업능력과 소통능력을 확인한다. 그리고 4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과 열정을 살펴본다.

교수채용 과정도 기존 대학과 다르다. 대부분 대학은 통상 교수 후보자의 학문적 성취도나 연구비 수주 능력을 본다. 그러나 이 대학은 후보자를 캠퍼스로 초청한다. 그리고 하나의 일을 함께하도록 해 협업능력과 적극성을 평가한다. 전문가 능력보다는 학생 감독과 조력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교육과정도 기존 대학과는 정반대로 운영한다. 올린 공대에 입학한 신입생은 1학년 때 실습을 하고, 2-3학년에 이론을 배운다. 실습을 먼저 해 현장에서 필요한 이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4학년 때는 ‘SCOP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4-5명이 한 팀이 되어 기업 현장에 가서 직접 제품을 개발한다.

올린 공대의 가장 특징적인 교육은 프로젝트 기반 수업(PBL:Project-Based Learning)이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단계별로 학습을 한다. 1학년 때는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고민한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를 고도화해 4학년 때는 완성된 실용제품을 출시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교수는 학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작은 대학이기 때문에 가진 장점도 많다. 교수가 학생을 잘 알고, 학생의 요구를 신속하게 교육에 반영한다. 학생은 언제든지 교수를 만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학생 간의 교류와 협력도 활발하다. 그래서 학교의 규모나 학생 수를 늘리지 않는다.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지 않는다.

올린 공대의 혁신 교육은 변화를 지향하는 한국대학이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 철저하게 사회와 기업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 수요자인 학생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교수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이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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