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치매 예방 연구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해당 연구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광주가 흔들리고 있다. AI 인공지능과 더불어 광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치매연구 분야가 타 지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지난 8년간 독보적인 결과를 내놓은 상황이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에 따르면 지난 7월24일 보건복지부가 ‘경도인지장애 진단기기 개발 및 실증사업’ 공고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오는 10월부터 2021년까지 총 2년 3개월간 진행되며 총 사업비는 국비 90억원(보건복지부)에 대응자금이 소요된다.

올 10월 초 예비선정을 공고하는데, 노인성 치매 등 인지장애 예측·관리·개선을 위한 다차원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개발 및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원분야는 ▲인지장애 예측 및 조기진단 실증을 위한 정밀의학 플랫폼 구축 및 활용 ▲지역기반 인지장애 예측 및 조기진단을 위한 AI 의료기기 개발 및 실증 등이다.

정부의 이번 사업은 고령화에 따른 치매환자 급증으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한 것으로 그간 국내에서는 치매와 관련해 요양복지체계 강화 및 국가 재정지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돼 왔다.

광주가 사업을 유치하면 AI 기반 치매 극복기술 선도를 통한 미래 신성 장동력 확보와 치매극복기술 선도를 통한 국내외 의료관광 및 노인요양 산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치매 예측·예방·진단·관리 분야 일자리 창출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광주로서는 사업을 이끌어갈 노하우가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을 중심으로 한 광주컨소시움이 지난 8년간 치매 조기예측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광주컨소시움은 주관책임기관인 조선대를 위시해 지역대학과 병원, 치매 전문병원 등이 다수 참여했다. 또 참여연구기관도 GIST 등 10곳에 달한다. 참여의료기관 역시 지역병원인 조선대병원, 광주보훈병원을 주축으로 서울지역 병원 7-8곳이 참여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치매 분야 다중 바이오·의료 빅데이터 구축인데, 지난 8년간 65세 이상 지역민을 대상 치매 무료 정밀검진사업 실시해 유의미한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만2천명 이상의 광주·전남 노인들이 참여했고 그 중 6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멀티모달 바이오·의료 빅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광주컨소시움은 치매예측기술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및 국내외 특허를 확보한 상태고 2018년도 과학계 10대 뉴스에 ‘치매 예측 의료기기 개발’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미 연방정부(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로부터 500만불 연구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런 독보적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도인지장애 진단기기 개발 및 실증사업’ 유치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방에 있는 대학교가 중심이 됐다는 이유다.

현재 사업 신청을 낸 곳은 조선대치매국책연구소를 필두로 한 광주컨소시엄과 국내 최고 병원으로 손꼽히는 서울삼성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이 주축이 된 수도권 컨소시엄 2곳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로서는 광주 컨소시엄의 압도적인 데이터 보유량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수도권 지역의 인지도와 수도권 컨소시엄 참여 병원들의 명성이다. 수도권 지역은 해당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단 시간 내에 관내 유명 병원과 의료진들을 한자리에 모아 국내 최고 연구진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관계자는 “치매예방 기술 확보를 위해 광주가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사업으로 데이터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되려 지역에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게 현실이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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