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려온 남녘의 꽃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겨울 내내 추위에 움츠리며 기다린 생명들의 움틈에 생기가 돈다. 섬진강변에 매화 꽃망울이 터질 즈음이면 필자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아직 겨울잠에서 덜 깬 산중의 계곡을 찾는다. 계곡 주변에는 봄맞이를 위해 나무들이 여린 녹색의 이파리들을 방금 세수라도 한 듯 햇빛에 반짝거린다.

무등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은 아직 계곡 물이 차갑고 잔설과 얼음이 군데군데 남아있지만 부지런한 강도래 중 하나인 흰배강도래는 겨울강도래라고 불리우 듯 날이 덜 풀린 쌀쌀한 늦은 겨울에도 지난 몇 개월간의 물속 생활을 마무리하고 강도래 중에서 가장 먼저 성충이 되어 짝을 찾다 잠시 날개를 접고 바위틈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도래는 물속에서 애벌레로 1-2년 정도 살다가 주로 봄철에 우화하여 성충이 된 후 1주일정도의 짧은 생을 사는 곤충으로, 강도래와 같이 일생 동안 한번이라도 물속에서 서식하는 곤충을 ‘수서곤충’이라 한다. 강도래는 우리나라에서만 약 50여종이 발견되는데, 모두 계곡과 같이 물 흐름이 빨라 바닥이 바위나 자갈로 이루어져 작은 소용돌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용존산소가 풍부한 지점에, 그리고 주변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낙엽 등 먹이를 구하기 쉬운 계곡에 주로 서식한다. 특히 하천의 중·하류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주로 하천 상류의 맑은 물에서 살아 좁은 서식범위에만 존재하는 1급수 수질을 대표하는 생물로 이용되고 있다.

수서곤충에는 강도래 말고도 우리가 잘 아는 잠자리를 비롯하여 하루살이, 날도래, 뱀잠자리 등이 있는데, 이들은 물속에서 이끼를 갉아먹는 종류와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종류가 있어 이끼와 물고기 사이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물속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도래와 같이 맑은 물에서 사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파리 종류에 속하는 깔다구는 특이하게 몸속의 빨간색 체액에 산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어 오염된 장소에서도 서식할 수 있기에 오염된 지역의 대표적 생물로 이용된다. 이처럼 물속의 생물종만 가지고도 물 환경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것을 ‘지표생물’이라 한다.

또한 수서곤충은 헤엄치지 못하고 기어 다니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고 일정한 장소에서만 서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주변지역에서 공사나 오염원 유입 등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생기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계곡이나 하천에서 주변 상황과 하천의 환경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식범위가 정해지고, 어떤 종류의 수서곤충이 살고 있는 가에 따라 그 하천의 수질상태와 과거 이력 정보를 포함한 종합적인 수질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각 생물종의 정보와 생태학적인 통계지수들을 이용하여 평가지수를 개발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종다양성’과 ‘우점도지수’이다. 어떤 하천에 곤충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종다양성과 몇 가지의 종이 큰 집단으로 살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우점도지수를 가지고도 그 곳의 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생물학적 방법은 여러 가지 측정기기를 이용한 물리화학적 평가방법과 비교할 때 과거의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종합적인 환경 평가방법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환경을 평가하는데 이 방법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관련법을 개정한 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새순을 틔우는 자연의 순리를 배우지만, 강도래도 물속에 알을 낳고 애벌레로 살다가 성충이 되어 자유스레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다시 알을 낳는데, 봄은 그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기지개를 펴는 생명의 계절이기도 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계곡이나 하천에서 물속 생물을 관찰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이 생겨나도록 했으면 좋겠다.

올 봄에도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깨끗한 계곡의 바위틈이나 나뭇잎에 앉아 있는 큰그물강도래와 진강도래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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