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좌현을 바닥에 댄 채 거치된 세월호가 세워지는 모습을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조금씩 일어서는 세월호에서 쏟아지는 잔해가 마치 눈물과도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목적지를 잃은 304명의 바다 속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가 바로 세워진 10일 오후 목포신항.

이번 작업을 수행한 현대삼호중공업의 유영호 전무가 오후 12시10분을 기해 직립 완료를 발표하자, 수많은 시민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박수를 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목포신항에는 이틀 전부터 경기 안산 등지에서 내려와 직립 작업을 기다려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월호 참사 4년 만에 선체가 똑바로 세워진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세월호가 직립한 것은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로부터 1천486일 만이다. 또 진도 바다 아래에서 인양돼 목포신항에 거치된 지난해 4월11일로부터는 394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날 오전 9시 정각부터 세월호 바로세우기 작업에 들어갔다. 시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작업이 진행된 3시간10분, 즉 190분 동안 가슴을 졸이며 하나하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광주에서 새벽 5시30분에 출발한 권준희(48·여)씨는 “세월호가 바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전날 밤도 설쳤다”며 “서서히 일어서는 세월호를 보고 있으니 내부에서 쏟아지는 잔해가 마치 304명의 희생자들을 보고 우는 모습처럼 보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권씨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뒤 목포신항에 방문한 지 벌써 열번도 넘었다”며 “이렇게 금방 될 것을 왜 여태까지 더디고, 방치했는 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토로했다.

단원고 양승진(당시 59세)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저희는 가족을 찾는 소원밖에 없다”며 “돌아오지 못한 다섯 분과 인양 전까지 미수습자였던 네 분도 온전하게 다 찾았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기다림을 이어가는 가족들 마음을 표현했다.

동생 재근(당시 52세)씨와 조카 혁규(당시 9세)군의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른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씨도 “늦었지만 모두를 다 찾아야한다”며 애타는 마음을 내비쳤다.

희생자 가족은 참사 진상규명이 선체 바로 세우기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가 육상 거치 405일 만에 바로 서기에 성공했다”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을 낱낱이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은 돈보다 사람의 목숨, 인간 존엄성을 일깨우는 시금석을 만드는 역사적인 날이다”며 “제2의 세월호 참사 아픔을 겪는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대책위원장도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며 “진실만을 위해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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