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3(일)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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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체험관광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통이 보존된 시골마을을 찾아가 농사일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 체험활동이 관광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촌스러움이 어린이들에게 동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김하는 매력물이 되면서 체험관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덕분에 노인들만 남은 남도의 농촌과 어촌엔 모처럼 도시인들로 북적이면서 사람 사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농·어촌체험관광이 시골마을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을을 온통 푸른 유자가 둘러싸고 있는 완도군 고금면 청학리는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도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섬이었던 이곳은 몇 년전 다리가 건설되면서 육지(강진 마량)로 연결됐는데 때마침 녹색농촌체험마을로 가꿔지면서 이제는 전남의 대표적인 농·어촌체험관광지로 변모했다. 71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이 유자를 비롯한 밭농사와 김·미역·전복 양식을 생업으로 삼고 대대로 살아온 청학마을은 사시사철 찾아오는 도시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남도의 여느 섬마을과 다를 바 없었던 청학리를 이렇게 인기 체험관광마을로 변모시킨 주인공은 청학동참살이녹색농촌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기제(54)씨. 그는 “동네사람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마을이 크게 변화했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간 윤 위원장이 쏟은 땀과 열정은 주민들도 모두 인정한다.
이 곳에서 태어난 그는 20살 젊은 시절 단 1년 반만 타지(서울)에서 생활한 것 외에는 청학마을을 떠난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하신 김양식과 채취 등 바닷일이 손에 익었다. 그는 이 일을 천직이라 여겼다. 유자를 가꾸고 김 양식을 하면서 20-30대를 보냈다.
그러던 그가 40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것에 눈이 트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통방식 그대로 생산하는 김의 부가가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마을의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곳 청학마을에서는 7가구가 342㏊에 달하는 양식장에서 지주식 김을 생산하고 있다. 지주식 김양식은 옛날 방식 그대로 갯벌에 말뚝을 박은 뒤 김발을 매달아 김을 키우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로 하루 8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된다. 충분한 광합성을 하면서 자라 김 특유의 향과 맛이 뛰어나다. 당연히 재배과정에서는 손이 많이 가지만 대신 파래 등을 제거하기 위한 산(酸)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웰빙식품이라는 말이다. 덕분에 최근엔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주식 김은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에 색깔이 약간 누렇다. 이를 약점 삼아 중간상인들이 횡포를 부렸다. “2002년께 일 겁니다. 서울의 중간상인들이 한 톳에 3천원에 사다가 7천-8천원씩에 넘기더라구요. 하도 안타까워서 소비자들을 만나 지주식 김의 친환경성을 강조해도 믿지 않더군요. 일단 색이 노랗다 보니… 그래서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습니다.”
그는 도시소비자를 마을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눈으로 직접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와 함께 2003년 ‘햇살김’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 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인과 직거래를 시도했다.
때마침 2005년 ㈜에코바이오메드와 자매결연이 성사됐다. 자매마을을 찾아온 이들은 무공해로 양식 생산되는 지주식 김을 확인하고 청학마을 김 전도사가 됐다.
기회는 좋은 기회를 불렀다. 2006년 봄 농림수산부는 전국의 농어촌을 대상으로 녹색농촌체험마을을 공모했다. 그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여기에 도전했다.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선진지를 견학하면서 의식의 변화를 주도했다. 청학마을은 천혜의 자연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탓에 그리 어렵지 않게 체험마을로 지정됐다.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자 그는 먼저 마을 환경을 이용해 체험거리를 만들었다. 바다체험, 농사체험, 민속놀이체험 등 철 따라 갖가지 체험을 준비했다. 봄에는 자연산 돌김채취, 여름엔 개매기 물고기 잡기, 가을엔 유자따기 체험 등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완료됐다.
2008년엔 동네사람들이 5천만원을 부담하고 행정당국의 지원을 받아 바닷가에 펜션형 체험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돌미역 축제도 만들어 손님을 초대했다. 체험장 준공식에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여주인공인 배우 오정해씨가 달려와 축하했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청학마을에서 ‘천년학’을 촬영했던 인연으로 톱배우가 마을을 찾은 것이다.
성과는 예상을 초월했다. 체험객이 밀물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였던 돌미역은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았다. 바지락을 캐고, 개불과 낙지를 잡는데 거치적거리기만 해 “썩을 놈의 돌미역”이었던 것이 도시민에게는 인기상품이 됐다. 앞 바닷가에 지천으로 널렸기에 맘 대로 가져가라고 했더니, 끓일수록 우러나오는 뽀얀 국물이 일품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
4번째로 진행된 지난 3월10일의 돌미역축제에는 500명의 체험객이 몰려 작은 마을이 온통 북새통을 이뤘다.
천혜의 경관과 무공해 농수산물이 넘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광 체험객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2009년엔 2천614명이 체험장을 찾았으며 2010년엔 2천789명, 그리고 지난해엔 7천114명으로 껑충 뛰었다. 마을을 찾은 이들은 김과 유자, 밀, 고추, 보리 등 농수산물을 통째로 사갔다. 품귀 현상이 일 정도였다. 당연히 이는 주민소득으로 이어졌다. 지역특산품 판매로 2009년 9천136만원, 2010년엔 1억275만원의 소득을 올린데 이어 2011년엔 2억8천227만원의 소득을 기록했다.
경사는 이어졌다. 2010엔 한국농어촌공사의 전국 웰촌(웰빙농어촌) 40곳에 지정되기도 했으며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대상지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마을을 찾는 도시민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으면서 그는 자신감이 붙었다. “청정무공해 웰빙 농수산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또다른 고객을 데려온다”면서 “덕분에 우리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의 섬’ 완도의 이미지도 한층 좋아지면서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의 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도시사람들을 농촌으로 오도록 하겠다’는 꿈이 현실로 이뤄졌지만 그는 “이제 겨우 기초만 닦아 놓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청학마을 70여호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인정 베풀며 사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너무 과분할 정도로 저를 믿고 밀어줬습니다. 그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할까 깊이 생각하며 오늘도 마을을 둘러봅니다. 대한민국 대표 체험마을로 꼭 만들겠습니다.”
/글=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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