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수)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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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호남은 지리적 조건과 역사적 조건에서 볼 때 우리 고대문화의 한 중심을 이뤘고, 일대의 풍부한 생산력과 교통 편리는 역조(歷朝)의 재정과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바 컸다. 고래로 불의부정(不義不正)에 항거하는 정신이 강해 구국광정(救國匡正)에 공헌한 바 적지 않았다.’
한국 사학계의 거두로 불리는 이병도 선생의 평가에서 보듯 호남은 독특한 사상·문화·학문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의 뿌리는 불의에 물러섬이 없고, 오직 진리를 가르쳐 온 사림(士林)정신이다. 호남사림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 성리학의 발전을 이뤘던 고봉 기대승과 하서 김인후, 그리고 정암 조광조 등이 있다.
더불어 임진왜란때 건제 김천일, 제봉 고경명, 충장공 김덕령 등은 조선후기 국난 극복의 핵심적 역할을 해냈다. 이후 동학농민운동, 한말 의병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오면서 한국 역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호남과 숱한 호남인들은 커다란 이정표를 세워왔다.
이것이 바로 의로운 호남 정신문화를 올바로 계승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호남은 우리나라의 국학과 전통문화에 관한 풍부한 원천자료 또한 우리나라 제일의 보고이기도 하다.
고문헌의 경우 호남 인물들의 문집이 3천여종, 지방지가 2천여종 등 모두 20여만권 이상, 또 고문서가 10만-15만점, 고서화가 수십만점, 고목판이 2만여장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근·현대 기록문화유산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각 문중에서는 선조들이 남긴 문집·서화·목판 등을 소장하고 있으나 열악한 보관 시설 때문에 훼손·유실·도난의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자료를 번역하고 연구하는 일은 상당한 예산과 전문인력이 소요되는 만큼 유물을 소장한 문중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또 전남대와 전북대, 목포대, 순천대 등 지역 대학들에서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조사·수집·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기초학문의 재생산 기반이 점차 약화되는 등으로 한계가 없지 않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위상에 걸맞지 않게 호남에는 수도권, 영남권과 달리 국학·전통문화 진흥의 전국적 3대 허브기관이 있지 않다. 국학진흥 정책의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가운데 지역 문화유산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보존·육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산재한 국학자료를 보존에서 자료연구까지 연계할 국학진흥기관을 반드시 호남권에 설립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지역의 문중은 물론, 향교 및 서원·유림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예절 함양, 인성교육 고취, 호남문화 계승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점에 공감하고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조속한 설립을 호소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사)한국학호남진흥원(이사장 나무석)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잇따라 마련한 집담회에서는 지역 문화에 대한 호남권 진흥정책이 영남권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음을 지적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진흥정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강기정(광주 북갑) 국회의원, 조호권 광주시의회의장, 장휘국 시교육감, 최영호 남구청장, 송경종 시의회 부의장, 홍인화 행정자치위원장, 정희곤 교육의원, 윤봉근 교육의원, 임우진 전 광주시 행정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올해 초 지역 한국학 연구자 150여명(17개 대학, 2개 고교) 명의로 박근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등에 관련 법안 및 조례를 제정하고 임시 수장고 등 수장체제 구축 등에 힘써 달라고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호소·건의문까지 발표됐다.
이와 관련, 현재 광주 동구가 한국학호남진흥원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노희용 동구청장이 공약으로 내걸었 듯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 구축사업과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서는 동구에 들어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동구는 선교동 일대에 부지를 마련하고 유치에 전력하고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국비와 시비 1천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호남의 정신문화를 규명하기 위한 콘텐츠 작업도 주목받고 있다.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원장 김신중)은 정서적 표상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기획한 7번째 감성총서 ‘우리시대의 슬픔’을 지난 4월 출간했었다.
이 책은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 등 15명이 필자로 참여했으며, 한국 사회 특유의 구조적 모순과 연관시켜 집단화되고 구조화된 슬픔의 맥락을 다양하게 통찰했다. 호남학연구원은 지난 2008년부터 ‘한국 감성체계의 정립’을 의제로 삼아 연구성과를 시리즈로 발간해 오고 있다.
‘어머니의 품’ 무등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특한 사림 문화유적은 다름 아닌 호남 정신문화의 요체다. 특유의 예술적 감성에 무형의 구국 정신까지 더해져 최고의 자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설립된다면 우리 역사의 한줄기를 형성해 온 호남인의 사상과 문화, 역사적 업적 등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산실로써 호남학 자료의 종합적인 조사·수집·정리·보관·연구·활용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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