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 김영랑 박용철 김현구 임학수 김현승 이동주 이수복 박봉우 김남주 고정희 박홍원 박성룡 조태일 최하림 최일환 동경 유학시절의 영랑(오른쪽 두번째, 1922) 고정희의 생가의 서재. 김현구의 육필원고.

광주매일신문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지난 3월부터 연재한 ‘김선기 박사의 남도문학기행’이 이번 호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김선기 박사(53·시문학파기념관장)의 학문적 깊이와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져 발아된 이번 기획물은 1920년대부터 현대 시문학에 이르기까지 남도 시인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해냄으로써 문학애호가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남도 문학기행’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편집자 주

가로수에 매달린 몇 잎 남은 잎사귀가 우리를 더욱 쓸쓸하게 하는 가을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또 이렇게 속절없이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지난 봄날 봇짐하나 들쳐 메고 ‘남도 문학기행’을 떠났다가, 낙엽비가 내리는 늦가을에 돌아왔다. 꼭 300일간의 여정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았던 시간이다.

처음부터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남도문학의 산맥을 오르내리면서 좋아하던 청설모도 만났고, 때론 이빨 날카로운 승냥이도 만났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여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필자의 야트막한 학문적 지식의 한계와 자료수집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문학사의 맥을 조감해보면, 단가와 장가를 비롯한 모든 장르의 문학적 뿌리가 호남권 문학을 통해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없듯, 전통과 근원이 없는 지역문학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이야 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문학사의 뿌리를 찾는 일은 문학을 새롭게 인식하는 자세란 점에서 당위성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대 시문학은 1922년 영광의 조운 시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문학서클 ‘자유예원’이 그 싹을 틔웠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30년대 들어서는 광주·전남 출신 용아 박용철, 영랑 김윤식 김현구 등이 참여해 ‘시문학’을 창간, 호남시단을 넘어 한국시사(詩史)에 한 획을 그었다. 그 후 김현승을 비롯해 이동주, 이수복, 박성룡, 조태일, 이성부, 범대순, 손광은, 허형만, 김준태, 황지우 등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배출되어 호남의 시문학과 한국시단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렇듯 한국 현대시사에 큰 족적을 남긴 광주·전남 출신 문재(文才)들에게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줬던 등단작과 그들의 문학적 삶을 살피는 일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기획물은 광주·전남 출신 시인 가운데 작고한 16명을 대상으로 데뷔작과 작품에 대한 해설, 그리고 그들의 문학적 생애를 통해 남도문학의 위상과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여기에 소개했던 시인은 영광의 조운을 시작으로 김영랑, 박용철, 김현구, 임학수, 김현승, 이동주, 이수복, 김남주, 고정희, 박성룡, 박홍원, 박봉우, 조태일, 이성부, 최하림, 최일환 등 16명이다.

사실, 이 기획물에 소개했던 16명 작고시인들의 데뷔작을 찾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재를 하는 동안 먼지 쌓인 대학도서관이나 계림동 헌책방을 뒤져야 했고, 필자의 미천한 학문적 지식을 메우기 위해 많은 국문학자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지만 남도의 시인을 벗 삼아 시의 오솔길을 산책한 것은 나에게 큰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귀중한 지면을 흔쾌히 내 준 광주매일신문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준 독자여러분에게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전한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시문학파기념관장·문학박사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