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를 또다시 참담한 슬픔에 빠지게 한 사고가 일어났다.

주말을 앞둔 퇴근길에 집으로,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서두르던 직장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걸그룹 공연.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간 것이 비극이 될 줄이야. 판교에서 일어난 야외 공연장 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부른 대형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이때에 잇따른 사고들은 국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상처를 내고 있다.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내릴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문제는 공연장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몰려든 인파를 정돈할 만한 현장 인력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 또한 깊이 생각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작은 공연일수록 안전에 대해 무방비, 무관심 은 심각한 수준이다. 관리 인력을 배치하는 게 여건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문화예술계에도 안전에 대한 보다 철저한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

하루아침에 가족, 직장동료,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이번 참사에서도 착실했던 만학도 아들, 기러기 아빠, 프러포즈를 앞둔 애인 등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많다. 불과 몇 분 전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자의 슬픔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못다 한 삶에 대한 설움, 안타까움에 고통은 크나클 것이다.

이러한 가슴 아픈 뉴스를 접할 때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를 함께 생각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죽음 자체를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라 덧없는 삶 혹은 유한한 삶을 인식하고, 현재 주어진 짧은 생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카르페 디엠, 현재 이 순간을 즐기고 사랑해야한다.

“산다는 게 그런 거라오. 마치 백만년이나 살 듯 시간을 낭비하며, 늘 이기적인 욕심에 사로잡히죠.”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손톤 와일더의 연극 ‘우리읍내’에 나오는 대사이다.

1938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매일 공연이 될 정도로 사랑받는 연극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통해 평화로운 일상에 감춰진 인생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바로 평범한 일상에서 인생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아닌 특별하고 화려한 어느 순간에서 인생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아쉬워할 때가 많다. 그때는 그게 행복인 줄 모르고,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 말이다.

광주시립극단에서 오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연극 ‘우리읍내’를 전라도식으로 각색한 연극 ‘나의 살던 고향’을 무대에 올린다.

1930년대 미국에서 1970년대 송정리로 배경을 옮겨와 특별한 사건이 등장하지도 않는 평범한 마을,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하루, 그 속에서 잔잔한 일상의 감동이 따뜻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1971년 송정리 읍내의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아침이 시작된다. 신문배달부, 우유배달부가 골목을 다니며 아침을 깨운다.

시골의사 박준네, 송정뉴스 편집장 조동팔네 집에선 등교하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엄마들의 큰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저녁이면 교회에서는 성가대 연습이 한창이고 아이들은 집에서 숙제를 한다. 이웃사촌 철수와 영희는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며 자라나 결혼을 한다. 어느새 훌쩍 13년의 세월이 흐르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희는 딱 하루 행복했던 그날로 다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과연, 영희는 언제로 다시 돌아갔을까?

2014년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가슴 따뜻한 연극 한편이 주는 위로를 만나보시길 바란다.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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