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극단 청소년 아카데미 ‘늘품’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본격적인 대학입시 전쟁이 시작됐다. 한때 일등 광주의 명성이 자자했던 시절이 있었다. 교육도시 광주의 재산은 ‘인재’였다. 하지만 광주의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매년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2천여명을 넘는다고 한다. 취업을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나는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지역의 인재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문화예술계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연극계는 더욱 열악하다. 지역에 연극관련학과가 있지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마땅치 않아 재능 있는 인재들이 서울로 떠나버리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초연했던 뮤지컬 ‘빛골 아리랑’ 제작 당시에도 인재난에 시달렸다. 광주 브랜드 공연이지만, 우리 지역에 뮤지컬 배우는 전무했다. 공개오디션을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문 배우들을 영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디션을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지역 출신 배우들을 불러보자는 계산도 있었다. 오디션에는 200여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몰려들어 열기가 뜨거웠다. 한데 우리가 찾던 지역 출신 배우들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창작스태프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스태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스태프 없이 지역 인력으로만 뮤지컬을 제작하기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면에서 관객을 만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한 이들 가운데서 광주·전남 출신 배우와 스태프 수를 헤아리며 위안을 삼아보기도 했지만 이내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 우리 지역에는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없는가’, 자책감마저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사람을 키우는데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악한 상황만 탓하고 있진 않았는가. ‘될성부른 떡잎’이 나무로 성장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큰 그림을 그리고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광주시립극단에서는 청소년 아카데미 ‘늘품’을 여름과 겨울 방학마다 문을 연다.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성, 그 가능성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될성부른 떡잎을 키워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청소년들의 꿈과 가능성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연극워크숍 프로그램으로 방학기간 동안 희곡읽기, 신체·연기 훈련을 배운다. 그리고 마지막 날 작품 발표회에서 풋풋한 연기도 펼친다. 연극배우로 데뷔하는 셈이다. 1기 10명, 2기 15명을 배출했고, 이제 내년 1월에 3기를 시작한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연극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도 사설 연극학원 ‘청포도 극회’에 다니면서부터였다.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교정을 하며 악착같이 연기공부를 했었다. 어렵게 연기 공부를 했던 기억 때문인지 시립극단 창단과 동시에 청소년 연극아카데미를 시도했다.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연극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꿈을 키워주고 싶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본다면, 아카데미를 통해서 문화인재가 양성되면 지역연극계의 배우난도 점차 해결되지 않겠나 싶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정착하는데 약간의 어려움도 있고, 성과도 확연하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시도라도 하는 것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비단 연극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외로운 섬’이라 불리는 우리 지역이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 자원인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 사람을 키우는 노력이 다각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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