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상(走爲上)은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유명한 병법인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이자 대명사처럼 알려진 말이다. 삼십육계라는 말 자체가 달아난다는 뜻으로도 쓰일 만큼 널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병법중의 최고라는 삼십육계에서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 자체가 우스울 수도 있으나 세(勢)가 불리하면 달아나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적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으면 싸워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이럴 때는 세 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첫째는 옥쇄를 각오한 결사항전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패배가 예상돼 있다. 이러한 행동은 나라의 존망은 물론 개인의 생명마저 유지하기 힘들다. 둘째는 철저한 실패를 뜻하는 항복이다. 이것은 다음 기회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셋째는 퇴각하는 것이다. 퇴각은 실패가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나의 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정주영의 책 제목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이다. 이는 주위상과 일맥상통한다.

‘주위상’은 병법의 여러 책에도 확인할 수 있다. ‘오자서’에 “내가 적보다 못할 때는 의심할 여지없이 피하라. 허점이 보이면 진격하고 어려움이 닥치면 후퇴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쓰여 있고 ‘회남자’에도 “내가 강하면 싸우고 약하면 도망가라”라고 했고 ‘병법원기’ 에도 “도망을 가서 실력을 보전할 수 있으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만을 기록한 삼십육계에서도 주위상(走爲上)이 최고의 계책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필자 또한 현장에서 상담할 때 이 계책이 꼭 필요한 경우를 많이 본다.

어느 날 오후 늦게 왔던 그 여성 또한 결혼 후 신랑이 바람을 피워서 더 이상 못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했지만 신랑이 안 해주자, 모든 재산을 다 포기하고 자신의 몸만 나와 버린 극단적인 강수를 뒀다. “그때는 신랑을 보면 소름끼칠 정도로 밉고 보기 싫어서 나왔는데 지금은 돈도 없고 몸은 병이 났는데 누구하나 도움 구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 사람은 재혼해서 잘산다는데 너무 억울해요”라며 땅을 치듯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최후의 결사항전을 하듯 이혼을 해버린 것이다. 그 여성은 조금 더 때를 기다리고 그 상황에서 잠시 도망했어야 했다.

인간사 어떤 것이든 내가 아직 때가 안 되고 준비가 안됐다면 언제든지 잠시 머리를 숙이고 도망도 가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완전한 실패가 아닌 다시 성공하는 때를 기다릴 수 발판이 되는 것이다. 천문역원(062-673-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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