盆城贈別 (분성증별)
모재 김안국
연 자루에 제비 날아 꽃잎이 나부끼고
봄바람 살랑 살랑 이별의 한 심었는데
저 멀리 애끓는 봄은 돌아가리 그대여.

燕子樓前燕子飛 落花無數惹人衣
연자루전연자비 낙화무수야인의
東風一種相離恨 腸斷春歸客又歸
동풍일종상리한 장단춘귀객우귀

가락국을 대표하는 유물을 꼽으라면 아마 연자루가 아닌가 싶다.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맹사성도 일찍이 연자루(燕子樓)란 시를 썼다. [가락국 옛터전에 몇 봄이 오고갔나(駕洛遺墟幾見春) / 수로왕 세운 문물 티끌따라 없어졌네(首王文物亦隨塵) // 가련하구나 제비만이 옛정회 를 못잊어(可憐燕子如懷古) / 이 다락을 찾아 와서 옛주인을 부른다오(來傍高樓喚主人)]라고 했다. 여기선 ‘애끊는 봄이 가고 그대마저 또 돌아가고 있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바람이 한번 불어 이별의 한을 심어 놓고(盆城贈別)’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1478-1543)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김굉필의 문인으로 도학에 통달해 조광조, 기준 등과 함께 지치주의 사림파의 선도자가 됐다. 1501년(연산군 7년) 생진과에 합격하고, 1503년 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해 승문원에 등용돼 많은 교분을 가졌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연자루 앞으로 제비는 날아 들고 / 떨어지는 꽃잎은 무수히 사람의 옷에 붙어 나부끼네 // 봄바람이 한 번 불어 이별의 한을 심어 놓았으니 / 애끊는 봄은 가고 그대마저 또 돌아가고 있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분성에서 이별하며]로 번역된다. 이별은 많은 한을 심어 놓았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다 쌓아 올렸듯이 온갖 정을 다 남기고, 홀연히 떠날 양이면 그 한은 더했을 것이다. 이별하면서 다소곳이 손을 만지면서 쥐어준 것은 작은 정성이 담긴 노자(路資)도 있었을 것이고, 정성스럽게 담아 주었던 먹을거리도 있었으리. 이별의 아픔을 곱게도 담았던 한 편의 시도 있었겠다.



김해시 동사동에 자리 잡은 옛 호계사 주변에 있던 연자루는 가락국 시대부터 유서 깊은 누각으로 알려진다. 시인은 연자루 앞에 제비는 날아 들고, 떨어지는 꽃잎은 무수하게 사람의 옷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시상을 일으킨다. 연자루이기에 제비가 날아드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엔 한을 심은 그 어떤 별리(別離)가 숨어져 있을 것이니 이별의 연자루가 아니었으리.



화자는 봄바람을 타고 한 번 불어와서 이별의 한을 깊이 심어 놓으니, 애끊는 봄이 가버리면서 그대마저 또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떠나는 마음보다 보내는 정이 더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이 점차 쌓여가면 한이 되고 눈물이 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한자와 어구

燕子樓: 연자루. 누각의 이름. 前: 앞. 燕子: 연자. 제비. 飛: 날다. 落花: 꽃이 떨어지다. 無數: 무수하게. 곧 많다는 뜻. 惹: 끌어당기다. 人衣: 사람의 옷. // 東風: 동풍. 봄바람. 一: 한번 불다. 種: 심다. 相離恨: 이별의 한. 腸斷: 애를 끊다. 春歸: 봄이 돌아가다. 客又歸: 객(손님)도 돌아가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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