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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 김창흡
적적한 연못가에 고요히 있노라니
수면에 스쳐가는 바람이 불어오고
고림목 나뭇잎들은 물결 위에 흐르네.
寂寂臨池坐 風來水面過
적적임지좌 풍래수면과
高林有病葉 一箇委微波
고림유병엽 일개위미파
연이 살고 있고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연못가라고 했다. 그러나 물이 고여 있는 조그마한 곳이면 두루 연못이라고 하고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가족 나들이를 나오면 연못가를 한바퀴 돌면 물기운이 몸에 스며든 기분이 상쾌하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기분도 더없이 상쾌해 우리의 생활이 돼 버린 연못가의 일상 심회는 컸겠다. ‘연못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나무 하나를 주워 가벼운 물결 위에 띄워 보냈네’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수면을 스치며 한 겹 바람이 슬며시 불어오네(蓮池)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으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좌의정 김상헌의 증손자이고, 아버지는 영의정 김수항이며, 어머니는 안정나씨로 해주목사 나성두의 딸이다. 형은 영의정을 지낸 김창집과 예조판서, 지돈녕부사 등을 지낸 김창협이다.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연못가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 수면을 살짝 스치며 한 겹 바람이 슬며시 불어 오네 // 병들어 떨어진 나뭇잎이 땅에 굴러다니며 있기에 / 그 중에 하나를 주워서 가벼운 물결 위에 띄워 보낸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연못가에서]로 번역된다. 연못가에 앉아서 시상을 떠올린 상당한 시를 만난다. 연못과 살면서 대화하는 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시, 바람 한 겹에 살짜기 미소를 짓는 시, 그 미소가 연못 속에 연뿌리까지도 미쳤을까 상상하는 시, 그렇지 않으면 찡그리는 시들을 상상해 냈다. 이런 시들은 시인의 상상에 의한 소산물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 낸 시인은 스치는 바람 한 겹을 안은 가벼운 시심을 이끌어 냈다. 선경의 시상은 연못가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수면을 살짝 스치며 한 겹 바람이 슬며시 불어왔다고 했다. 바람이 불면 수면은 작은 미소를 지면서 어떤 행위를 해달라는 애원쯤은 했을 것으로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자는 그 미소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겠다. 후정의 시상은 잎 마름 병 같이 병이 들어 떨어져 있는 나뭇잎 하나를 주워서 가벼운 물결 위에 띄워 보냈다는 아주 작은 행위로 연못과 대화해본다. 무엇이라 화답했을까? 심심한데 잘 됐다고 했을까. 병든 나뭇잎을 어루만져 주고 팠다고 했을까. 아니면 병든 잎은 싫다고 했을까 상상이 엇갈린다.
※한자와 어구
寂寂:고요하고 고요하다. 臨: 임하다. 곁에 있다. 池坐: 못가에 앉다. 風來: 바람이 불다. 바람이 오다. 水面過: (바람이) 수면 위를 지나다. // 高林: 높은 숲. 有病葉: 병든 나뭇잎이 있다. (곧 떨어진 낙엽이 이다). 一箇: 한 개. ‘個’와 동자임. 委微波: 가벼운 파도에 맡기다. 잔잔한 파도에 띄어 보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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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4 (수) 1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