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작가의 첫 시집 ‘장미의 시간을 생각한다’(문학들刊)가 출간됐다.

40여 년간 환경공학 분야에서 활동해온 작가는 예순이 넘어 시 창작을 시작했고, 2016년 ‘한강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번 시집은 그가 펴낸 세 권의 수필집에 이어 선보이는 첫 시집이다.

작품에는 모과, 상사화, 찔레꽃, 익은 밤, 꽃무릇, 민들레, 참꽃 등 친숙한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 다수 담겼다.

자연의 사소한 결에도 마음을 기울이며 삶의 기미를 포착해낸 시편들은 일상의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는 시인의 시선을 보여준다.

‘봄맛’에서는 두릅, 머위,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소재로 계절의 향과 생기를 정겹게 풀어냈다. 쌉싸름하고 새콤달콤한, 씁쓸하면서 달짝지근한, 향긋하고 깊고 개운한 등 리듬감 있는 언어로 생의 맛을 표현한다. 짧은 행마다 이어지는 반복과 운율은 독자로 하여금 봄의 부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구두닦이’에서는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반질반질 광택 내는’ 사람들의 손끝을, ‘칼 든 여자’에서는 ‘피가 튀어도 비린내가 튀어도 오롯이 맛을 살리는’ 강인한 생의 단면을 그렸다. 화려한 수사 없이 일상의 언어로 인간의 고단한 삶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시간의 그림자’에서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유한한 시간 속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시간’은 인간이 마주해야 하는 숙명적 주제로 반복 등장하며, 삶의 유한성과 존재의 고독을 함께 아우른다.

고재종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이 시집은 자연과 사람, 사회를 관찰하며 그 조화를 노래하고 모든 존재의 운명적 부조리 속 인간의 시간을 반추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명숙 시인은 “반생의 세월을 오가는 길 위의 서사와 서정을 담아, 삶의 비애를 순직하고 애틋하게 그려낸 속 깊은 노작들”이라고 밝혔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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