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타이머’

‘상상타이머’

‘상상타이머’

19세기 증기기관 시대, 기계미학을 바탕으로 한 공상과학적 세계관 ‘스팀펑크(Steampunk)’.

기계 부품, 태엽 시계의 톱니바퀴, 새와 물고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상상의 동력원으로 작동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맞물리는 세계를 구성한다.

회화 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김종일 작가가 ‘Imagination timer-想像타이머’를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는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3층 G&J갤러리에서 열린다. 총 6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김종일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며, 대학 시절부터 ‘스팀펑크’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자유와 다양성, 감성과 공감의 세계를 그려왔다.

그의 작품은 시간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탐구하며, 유년기의 호기심을 잃지 않은 채 꾸준히 이어온 창작의 궤적을 보여준다.

작업은 습관적 낙서에서 출발한다. 나무판 위에 여러 레이어를 정교하게 재단하고 사포질과 채색을 거쳐 완성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장치를 구축하고, 날개 달린 물고기나 하늘을 나는 상상의 존재를 통해 삶의 여정을 환상적으로 전환시킨다.

작가는 “낙서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끊임없는 사유의 여백에서 태어난 질문의 선”이라며 “이 선들이 쌓여 ‘상상타이머’를 돌리는 태엽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을 ‘상상을 자라게 하는 기계장치’로 정의하며, 바퀴와 톱니가 맞물려 움직이듯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연결될 때 비로소 새로운 상상의 세계가 열린다고 본다.

그에게 ‘상상’은 정교한 기계 언어이자 내면의 사유를 조립하는 구조다.

톱니바퀴는 세계의 은유이자 관계의 상징으로, 맞물림을 통해 움직이고 서로의 힘을 빌려 더 큰 장치를 작동시킨다. 이는 곧 ‘어떤 것도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는 작가의 철학과도 맞닿는다.

작가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한다. 물고기와 새, 낮과 밤, 음악과 미술이 한 화면 안에서 혼성되며,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유쾌한 전복’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를 “다름과 다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가 솟아나는 창조의 출발점”이라 설명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기억을 재생하고 감정을 조립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과정 속에 기억의 무게와 반복되는 시간의 압력이 스며 있으며, 어린 시절의 시선이 다시 현재로 소환된다.

작가는 이를 ‘감정수리소 같은 영역’이라 표현하며 “상상은 시간을 관통하고 이미지는 공간을 뚫고 나온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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