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이란 어떤 걸까.

한때는 그것이 멀리 있는 파랑새처럼 유별하게 존재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지근거리 보통의 삶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날 연휴를 시작으로 일주일여를 꼬박 앓았다. 종일 뻐근하고 시시때때로 격하게 찔러대는 아랫배 통증. 심상친 않았지만, 자주 앓던 부인과 통증과 엇비슷하고 병원도 문을 닫은 상황인지라 진통제를 먹어가며 견뎠다. 코로나19에 이은 수상한 바이러스들이 퍼져 세상은 움츠려있지만, 웃고 먹고 떠들며 사람들은 각기 저들만의 명절을 즐기고 있었다. 육신의 통증은 마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며 함께 웃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모두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괴로운 현실, 참을 수 없는 고독감에 온몸이 저려 왔다.

그녀를 떠올렸다. 카피라이터이자 행복 전도사로 살았던 여자.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마라.’ 긍정과 꿈을 역설하던 여자. 하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그 여자. 병마와 싸우면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던 그녀를 무너뜨린 것도 극심한 통증이었다. ‘자신에 맞는 행복을 찾아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만인에게 설파하던 그녀였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지만, 육신의 고통은 결국 정신을 잠식하고 만다. 그때 그녀에겐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마저 먹빛이었을지 모른다.

일찍이 행복 같은 건 믿지 않았던 난 아침에 눈을 뜰 때면 주르르 흐르는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는 습벽이 있었다. 딱히 불행하다고 여길 새도 없었으나 밤은 어두운 꿈을 꾸기 일쑤였고 아침은 우울로 부대끼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좋아하는 여가수의 같은 고백은 적잖이 충격이었다. 언제 들어도 슬픈 그녀의 노래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펐다. “누구나 그러지 않나요?” 한때 내 생각과 똑같은 우문(愚問)을 건네며 웃던 그녀에게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모르게 단호한 혼잣말 답을 하고 있었다. 어린 두 아들의 등굣길을 배웅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신나는 일들이 일어난단다.” 당부를 잊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연휴를 지나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아랫배 쪽에 문제가 생겨 몇 년 전처럼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품은 채였다. 두 곳의 병원을 거친 결과는 뜻밖에도 장염이었다. 그나마 내겐 최선의 결과이기에 마음이 놓였다. 수액을 맞고 집으로 가는 길, 통증은 여전했지만, 볼에 닿는 바람은 병원으로 향하던 아침의 그 맵찬 바람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마저 다정해 보이며 조금씩 살맛이 나기 시작했다.

행복, 그것은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닌 듯하다. 보통의 기분으로 보통의 아침을 맞고 보통 사람이 먹는 밥을 소화 시키며, 가끔 올려다본 하늘이 슬프지 않다면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한다. 알고 보면 지천으로 널린 행복. 세잎클로버처럼 무수한 내 곁의 행복을 두고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애쓰는 건 어쩌면 탐욕이 아닐까. 꽃이 만발한 초여름의 뜰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에 더는 내 보통의 시간을 쏟지 않으련다.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 날, 나를 위한 선물일까. 하늘에서는 난분분한 눈발이 자꾸만 내려온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보통날이다.

<조자영 약력>
▲ 대한문학 등단
▲ 수필집 : ‘시들지 마라 피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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