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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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뉴질랜드 후커밸리 트랙 (Hooker Valley Track)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과 거대한 빙하의 품속에 들다

  • 입력날짜 : 2019. 03.26. 18:39
후커빙하가 만들어낸 후커호수, 마운트 쿡 아래로 길이 6㎞, 폭 1㎞의 거대한 모습으로 꿈틀거리는 후커빙하 끝부분 하얀 얼음 단면이 보인다. 호수 가운데에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인 유빙(流氷)들이 군데군데 떠 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쿡해협을 건너 남섬에 들어서자 첩첩한 산봉우리들과 깊고 깊은 골짜기, 드넓은 평야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남섬 서쪽의 높은 산봉우리들은 하얀 구름으로 살짝 뒤덮여 면사포를 두른 듯하고, 여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동쪽 땅에 드넓고 푸른 초원을 일궜다.

18일 동안의 호주와 북섬 여행을 마친 우리는 하늘에서 남섬의 모습을 바라보며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내렸다. 데카포호수로 가는 길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평원을 가로지른다. 푸른 초원에서는 양과 소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서쪽 멀리 높은 산들이 병풍을 두른 듯 이어진다.
마운트 쿡을 바라보며 후커호수로 올라가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 속에는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 있다.

데카포호수를 시작으로 우리는 남섬의 호수여행을 시작한다. 뉴질랜드 남섬은 ‘호수’공화국이다. 남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들은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졌다. 북섬이 여러 개의 화산으로 이뤄진 ‘불의 섬’이라면, 남섬은 빙하가 만들어낸 ‘호수의 섬’이다.

푸카키호수 아래 작은 도시 트위젤에서 숙박을 한 우리는 푸카키호수를 거쳐 마운틴 쿡 후커밸리와 타즈만빙하를 만나러간다. 푸카키호수로 들어서자 매혹적인 에메랄드빛 호수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푸카키호수는 오랜 기간 빙하가 녹으면서 나온 돌가루의 영향으로 ‘밀키블루’(Milky Blue)라 불리는 독특한 청색을 띈다.

호수 뒤로는 남알프스산맥의 해발고도 3천m 이상 되는 고봉들이 만년설을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진다. 남알프스산맥은 푸카키호수에서 70㎞나 떨어져 있지만 지척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바라보인다. 흰색의 만년설과 밀키블루의 호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산봉우리들과 잔잔하게 수평을 이룬 호수. 우리는 푸카키호수 남쪽 끝에 앉아 빛과 선이 이룬 조화에 감동한다. 아름답되 그 모습은 맑고 눈부시다. 높고 드넓다.
타즈만호수와 타즈만빙하, 호수와 빙하를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신비하면서도 아름답다. 타즈만빙하는 길이 24㎞, 넓이 92㎢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제 우리는 후커밸리 초입인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가파르게 솟은 산봉우리에는 만년설로 하얀 고깔이 씌어져 있고, 산골짜기는 빙하로 뒤덮여 있다.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은 총면적의 40%가 빙하로 덮여있다. 뉴질랜드에 있는 3천m 이상의 산 20개 중에서 19개가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후커밸리 트랙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초겨울날씨를 방불케 한다. 후커밸리 트랙에 들어서니 뉴질랜드 내국인은 물론 유럽인,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인 인종전시장 같다. 트랙 주변은 초록색을 띠고 있지만, 산비탈은 하얗게 만년설과 빙하가 형성돼 있다. 가파른 경사지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만든 폭포가 쏟아지기도 한다.

뒤돌아보면 멀리 푸카키호수와 호수 위쪽의 넓은 평원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첫 번째 전망대로 올라선다. 험하기로 유명한 세프톤산과 가파른 산비탈 아래로 뮬러빙하가 펼쳐지고,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은 진회색의 뮬러호수를 만들었다. 호수에서 잠시 머문 물줄기는 후커강을 따라 흘러간다. 길은 후커강 위에 100m 길이로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런 출렁다리 세 개를 지나야 후커호수에 닿을 수 있다.
가파른 산비탈 아래로 빙하가 펼쳐지고,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은 진회색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에서 잠시 머문 물줄기는 후커강을 따라 세차게 흘러간다.

두 번째 출렁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한 구비 돌아가자 마운트 쿡(Mt. Cook)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으로 고도 3천754m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이 삼각형 뿔처럼 뾰족하게 솟아 균형 잡힌 조형미를 갖추고서 당당하게 서 있다. 마운트 쿡은 가파른 바위 봉우리들로 이뤄져 있고, 사시사철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웅장한 모습의 마운트 쿡은 하얀 구름으로 하여금 완전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던 구름이 옷을 벗어 완전체를 보여주지만 뒤따라오던 구름이 금방 다시 덮어버리곤 한다. 어떤 때는 구름 위로 뾰족한 정상 부위만 내보이기도 한다.

길은 점점 깊은 협곡으로 빠져들고, 우리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로 스며들어간다. 몸을 날려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도, 빙하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기운도 거대한 자연의 품속으로 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후커밸리 초입으로 가는 길, 가파르게 솟은 산봉우리에는 만년설로 하얀 고깔이 씌워져 있고, 산골짜기는 빙하로 뒤덮여 있다.

마침내 후커호수에 도착했다. 더욱 가까워진 마운트 쿡 아래로 길이 6㎞, 폭 1㎞의 거대한 모습으로 꿈틀거리는 후커빙하 끝부분 하얀 얼음 단면이 보인다. 후커빙하가 만들어낸 후커호수는 조금 전에 만난 뮬러호수와 마찬가지로 암석가루가 섞여 회색빛을 띠고 있다. 호수 가운데에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인 유빙(流氷)들이 군데군데 떠 있다.

후커밸리를 따라 이곳까지 오른 많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엄한 자연 앞에서 말문이 막혀버린다. 스스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저 말없는 웅장한 산의 자태는 그 앞에 선 인간을 스스로 겸손하게 만든다. 마운트 쿡은 인간에게 큰 스승이다.

후커호수를 등지고 내려오면서도 자꾸만 뒤돌아 마운트 쿡을 바라본다. 후커호수로 올라가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 속에는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있다. 협곡 주변의 빙하에 감싸인 산은 변함없이 듬직하고, 후커강은 여전히 세차게 흘러간다.

다음 행선지는 타즈만빙하다. 타즈만밸리를 따라 달리는데, 정면으로 남알프스산맥의 산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타즈만호수를 지나 완만하게 흘러오는 타즈만강이 3천m가 넘는 고봉들과 수평과 수직의 조화를 이룬다. 타즈만강은 후커강을 합류시켜 푸카키호수로 흘러간다.
오랜 세월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푸카키호수, 흰색의 만년설과 밀키블루의 호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산봉우리들과 잔잔하게 수평을 이뤄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오르니 타즈만전망대다. 이곳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단연 압권이다. 타즈만호수와 타즈만빙하, 호수와 빙하를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신비하면서도 아름답다. 마운트 쿡을 기준으로 서쪽에 후커빙하, 동쪽에 타즈만빙하가 있다. 타즈만빙하는 길이 24㎞, 넓이 92㎢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빙하에 의해 깎여간 산비탈은 가파른 경사를 이룬다.

타즈만강과 주변의 넓은 평원, 가파른 산봉우리들이 이룬 풍경화를 바라보는 재미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나는 타즈만전망대에 서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풍경화를 바라보며 넋을 잃는다. 이런 풍경을 두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또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푸카키호수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만난 푸카키호수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다. 호숫가 야외 탁자위에 싱싱한 연어회와 와인 한 잔을 올려놓으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연회장이 된다. 푸카키호수의 푸른 물결과 남알프스산맥의 하얀 만년설이 와인 잔 위에 그림을 그려준다.


※여행쪽지

▶후커밸리 트랙은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트레킹 코스다. 주차장이 있는 화이트 호스 힐(White Horse Hill)오토캠핑장에서 후커호수까지 다녀오는 왕복 10㎞에 이르는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후커밸리 트랙을 걸은 후 뉴질랜드 최대의 빙하를 자랑하는 타즈만빙하를 구경하는 것이 좋다. 후커밸리트랙 초입에서 자동차로 15분만 달리면 타즈만빙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타즈만호수와 빙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타즈만전망대까지 다녀오는데 걸어서 4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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