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30(월)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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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뭉치산수Ⅱ’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공간 김냇과에서 만난 조근호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한 달간 국윤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뭉치산수’의 또 다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김냇과 갤러리 지하 1층과 1-2층 전시 공간에서 ‘오월 푸르른 날에’, ‘봄날’, ‘구름꽃’ 등 그의 최근작 54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은 선과 면, 다양한 색감이 적절히 배치돼 보는 이에게 생동감과 몰입감을 준다. 뭉뚱그려진 덩어리들이 한 데 모여 있기도, 듬성듬성 떼어져 있기도 하다. 눈이 내렸다가 살짝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찰나의 순간도 산의 문양으로 담아냈다. 같은 공간이지만 새롭게 드러나는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해진 빛깔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다양한 색들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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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초기 그의 작품은 순수미술이 주를 이뤘다. 청년 시절엔 설치미술이나 퍼포먼스 등 실험적인 작품들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직설적 표현은 소재나 주제에 있어 한정적이었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며 5·18민주화운동을 접한 그는 당시 5·18을 겪으며 정신적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광주의 혼을 담고, 민중과 교감할 수 있는 그림을 생각해보게 됐다.
작가는 그림 안에서 ‘광주성’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하는 과정을 거듭했다. 나이 60이 되니 어느 정도 작품세계를 정립해야겠다는 마음에 무등산을 모태로 본질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선배들의 풍경화를 답습하다가는 자칫 서양 유파의 아류라 평가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서양화가인 제게 서양화는 그림 공부의 뿌리지만 작품의 정서는 광주입니다. 광주 정신이 담긴 저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의 작업 ‘뭉치산수’는 작업실 창문 밖으로 바라본 무등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지니 생생한 실경과 영감을 받기에 더없이 좋다.
“이 작업은 작년부터 해왔어요. 날마다 창 밖을 내다보니 무등산이 한 덩어리란 게 느껴졌습니다. 여러 산자락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하나의 큰 덩어리인 거예요. 거기에서 뭉치라는 단어가 생각났죠.”
오방색을 염두에 둔 그의 작품에서는 무채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색면 구성에서 검은색은 덩어리감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오방색을 보면 꼭 검정이 들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검은색에 매력을 느꼈어요.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잘 해주거든요. 다른 색들을 시각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할 뿐더러 그림의 느낌을 조금 더 살려줍니다.”
그는 ‘뭉치산수’ 연작과 더불어 ‘오월 푸르른 날에’를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무등산은 굉장히 푸르렀어요. 날씨가 좋고, 하늘은 맑았죠. 온 하늘에 구름이 떠있는 모습을 곳곳에 희망적인 색감의 점들로 배치했어요. 그림 아래쪽의 꽃 한 송이는 40년 전 아픔을 딛고 다시 피어난다는 의미로, 치유의 메시지를 뜻합니다. 오월의 아픈 모습을 치유하고, 미래로 향하는 희망의 의미를 담은 무등산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그림 안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결과물로 보여지는 화면의 이미지와 시각적 효과를 한 덩이로 담아내는 그는 앞으로도 신선하고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무등산을 통해 ‘뭉치산수’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생활 속 우리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뭉치’들로 작업을 해갈 생각입니다. 우리 광주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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