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더 아름답고 편리한 것을 만드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편리함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박물관에 가지 못하고, 노인이 배달앱 화면 앞에서 주문을 포기해야 한다면 ‘편리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배제가 된다.

김병수 저자의 신간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휴머니스트刊)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삼성전자 디자이너 출신이자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전공한 저자는 5년에 걸쳐 한국,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우크라이나, 인도 등 9개국에서 300명이 넘는 장애인·노인·어린이·난민·ADHD·난독증·공황장애 등 다양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과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박물관·도서관·놀이터·앱·국립공원 등 일상 속 공간과 서비스를 탐구하며 ‘배제하지 않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 ‘기준점’에서는 설계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기준’을 확장하고 바꾸는 사고 전환을 다룬다. 2장 ‘숨겨진’은 난독증이나 공황장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접근성을 탐구하며, 3장 ‘참여’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참여형 디자인의 중요성을 짚는다. 4장 ‘공통점’에서는 치매 어르신이나 고령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사례를 통해 다름 속 공통의 지점을 찾으며 마지막 5장 ‘선택권과 자유의지’는 포용적 설계의 궁극적 목표를 ‘존엄’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장애인과 고령층 등 소외된 사용자의 경험을 연구하며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진행해왔다.

그는 “기준점을 확장하고, 사용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완벽보다 점진적 실행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접근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존엄’의 문제라는 것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국가의 사례가 담겨 있다.

발달장애 아동이 ‘잘 버텨낸 하루’가 아니라 ‘최상의 하루’를 보내도록 설계된 미국 글레이저어린이박물관, 휠체어 이용자와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사용자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일본 이시카와현립도서관, 인지저하증 노인이 시설의 ‘수용자’가 아닌 ‘주민’으로 살아가는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전쟁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피난처를 꾸민 우크라이나의 사례 등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단지 기술적 해결책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감정에 닿아 있는 일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배리어 프리 가이드의 수치를 맹신하지 않는다.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완벽한 해답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바꾸는 태도’라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한 번의 완성으로 끝나지 않는, 끊임없이 수정·보완되는 ‘포용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특수한 대상’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몸과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설계하자는 제안이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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