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월요일)
홈 >> 오피니언 > 남성숙칼럼

가을하늘 공활한데~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11.14. 19:31
가을을 흔히 일컬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표현한다.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뜻이다. 가을에 탐스럽게 익은 곡식을 배불리 먹으니 말은 당연히 살이 찌고, 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쾌청해 활동하기 좋다. 애국가 4절은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로 시작한다. 가을 하늘이 유독 맑고 청명한 것이 우리나라의 자랑이 될 정도로 한국의 가을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웠다’라고 쓴 이유를 잘 아실 것이다. 맑은 공기 맘껏 들이마시며 단풍 관광해야 할 한국의 가을 풍경 속에 갑자기 끼어든 새로운 풍경이 ‘마스크 쓴 가을’이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등굣길 출근길에 검정·하얀 마스크를 쓴 모습은 연기 자욱한 굴속에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 이제 조상대대로 자랑스러웠던 ‘청명한 그 가을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우리 시대엔 만끽할 수 없을 것 같다.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니, 가을하늘이 유독 높고 맑은 것을 공기 속에 섞여 있던 미세한 먼지가 여름철 장마 때 자주 내린 비에 많이 씻겨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곡의 맑은 물이 흐린 물보다 더 깊은 곳까지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늘의 빛깔 자체도 가을이 되면 더 파랗게 보이는데, 그 이유는 날씨가 건조해져 공기 속에 수증기 입자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공기 속의 수증기 입자가 줄어들면 태양빛 가운데 파장이 긴 파란빛의 산란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런 자연 작용을 거스르며, 가을하늘 공활(空豁)하다는 가을 운치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미세먼지’의 공습은 앞으로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미세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말하는데,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하였다. 전국 6개 주요지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의 구성비율은 대기오염물질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가 58.3%로 가장 높고, 탄소류와 검댕 16.8%, 광물 6.3%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낸 이유다. 모든 지자체가 모두 자기 지역의 공기 질을 바꿔보겠다는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최근에 인천과 경기도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시숲 면적을 2022년까지 30% 이상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단 정부의 근본해결 노력 뿐 아니라 지자체의 세세한 노력이 합쳐져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은 칭찬할만하다. 우선 지자체의 발생원인 파악 및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 마련과 시민 노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교통·산업·생활오염원 관리 강화를 병행해서 시민건강 보호를 위한 민·관·군 지원·시민참여 사업 확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강화 방안으로 미세먼지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한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공공 부문은 2030년까지 경유차를 아예 없애고, 소상공인의 노후한 경유트럭 폐차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경유차나 석탄화력발전소는 많은 오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7월 한·미 공동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산업현장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이어 수송 28%, 생활 19%, 발전 15% 등의 순이었다. 산업현장이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인 셈이다.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배출관리가 자동차나 화력발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제, 물보다 중요한 공기의 질에 대해 국민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영향 뿐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미세먼지의 양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강조하는 경유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전부라고 할 수 없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공장과 건설 현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많다. 도로와 농지, 제철소나 화력발전소의 석탄 야적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도 많다.

지자체에서는 도시안의 공원 확대를 통해 도시안의 미세먼지 줄이기를 당장 실천해야 한다. 가급적 도심안의 공원 내 큰 나무 심기와 도심지 구조물 벽면녹화, 옥상정원·그린 커튼·레인가든 조성, 도심형 수목원 조성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는 미세먼지 관리 정책기반 마련을 위해 미세먼지 예방 및 저감 지원 조례의 수정도 필요하다. 영세사업장에 먼지 저감 기술 지원, 시설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내년 가을에도 저 높은 하늘을 칭송하며,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를 목청 높여 부를 수 있으려나.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