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봄꿈에 겨운 풋내기 처녀들이 조급히 강을 건너는 달이다 기대에 부푼 새해 희망이 설 까치처럼 울어 들뜬 마음 다잡아먹지 않고서는 풀리는 강가에 물 오른 버들강아지 빛 좋은 얼굴 바라보다가 쥐불에 태워버린 연처럼 허망하게 놓치고 마는 달이다 2월은 성급히 봄맞이를 나서는 바람에 하루…2020-02-11 17:42

나무 중에 나무는 참나무 사랑 중에 사랑은 참사랑 사람 중에 사람은 참사람 좋은 것은 다 초록 새싹으로 돋아내고 나쁜 것은 다 붉은 낙엽으로 떨쳐버린 참나무처럽 죽고 또 죽어 빛나는 참사람이 되고 싶다 여름엔 그늘로 쉼터를 만들고 가을엔 풍성한 열매를 맺으면 어머니는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2020-02-11 17:42

그랑께 가보장께라우. 첨에 광주 말바우장에서 묵은 맘 그대로 전통 재래시장을 돌아댕김시롱 방언을 찾아보장께. 아따메! 강진군 병영 5일장은 발써 파장이네 잉! 인자 재래시장에서 방언을 만나기는 틀레뿔었는갑소야. 이새저새 해도 먹새가 질인디 참. 식당에나 들어가 정심을 묵음시롱 아짐씨헌테 물어봐야 쓰것어라우.…2020-02-11 17:42

새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한해가 시작되면 모래주머니에 구멍을 낸 것처럼 세월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만 같다. 문학은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처럼 계절감 또한 으뜸 소재다. 김석문 시인의 ‘2월’은 “풋내기 처녀들이/조급히 강을 건너는 달”이라는 표현에 이 시의 창작의도가 숨 쉬고 있다. 얼음 풀린 강가에 나가 물오른 버들가지로 버들피리 만들던 일은 성급한 봄맞이가 아닐 수 없었다. 박래흥 시인의 ‘참나무’는 ‘참나무’, ‘참사람…2020-02-11 17:42

산골짜기 골짜기마다 하얗게 내린 숲 속 두 팔 벌린 나무들 가지마다 가득히 눈꽃으로 뒤덮인 산길과 청솔가지 흰옷이 눈부시다 가끔 눈부신 날엔 도심을 떠나 외딴 산 언덕길 오른다 벅찬 가슴 사각거리는 보드라운 소리 작은 솜털 끝까지 바람 같은 통증 전해져 오는데 허기진 목숨 이겨 내려는 노력이 아름답게…2020-01-27 17:22

잎새들 그득 모아 바람의 결을 풀고 즈믄 뜰 노를 젓는 四月, 그 붉은 가슴 타관 땅 문풍지 새로 밤새 눈귀 밝히나. 절산宅 작은 기침 울빗장 죄다 걸고 골골이 맑은 음색 몇 됫박 기척인데 속 품은 사연이 겨워 달이달이 뜨노니… 웃녘산 얼레 날고 돌쇠가 떠나던 날 회억回憶할가, 이슬 듣는 미쁜 해 우…2020-01-27 17:22

산행 길에 주운 허접 절뚝이며 의지하는 지팡이삼아 써먹고 하산 길에 버리지만 이튿날 오르막길에 기다리다 쥐어준다 노창수 약력 ▶1973년 ‘현대시학’ 추천, 197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시조문학’ 시조 천료, 1991년 ‘한글문학’ 평론 당선으로 등단 ▶시조집 ‘슬픈 시를 읽는 밤…2020-01-27 17:22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간다. 걱정하지 마라.’는 경주에 계시는 큰스님께서 경자년(庚子年) 새해 아침에 주신 메시지다. 살아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걱정은 늘어나고 끊이지 않는다. 자식걱정, 건강걱정, 무수히 얽힌 인연들 걱정에 몸과 마음이 힘들고 숨이 차다. 그것이 어디 나만의 일일까 만은 삶의 무게가…2020-01-27 17:22

※노창수 시인의 ‘막대 친구’는 산행길 오르막에서 요긴하겠다 싶어 주운 ‘허접’을 지팡이 삼았지만 내리는 산길에서는 용도가 끝나면 시들해져서 별생각 없이 버리게 된다. 다음날에도 오르막길은 여전히 가파르기에 버려진 어제의 허접을 마치나 기다리다가 손에 쥐어주는 지팡이처럼 들려질 때 든든한 친구처럼 짚어가며 다시금 산을 오르게 된다. ※오재동 시인의 ‘운암리 시편’ 연작은 그림처럼 선명한 유년의 풍경을 ‘즈믄 뜰 노를 젓’고 ‘사연 겨워 달…2020-01-27 17:22

며칠 폭설에 갇혀있다가 곰실곰실 피어오르는 시간을 타고 햇살 수런거리다 소나무 위의 눈꽃들 그 무게가 피부로 닿을 즈음 가뭇없이 녹아내리는 소리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 봄빛은 산등성이를 넘어 열린 틈으로 새어드는가 시야에 달려드는 눈발도 밀려오는 빛살에 수그러들고 초록의 새잎 차오르고 말 뜨…2020-01-13 19:38

하늘 한 조각 떼어다가 우리 동네 머리 위에 얹어 주자 햇빛 다발 한 아름 치마폭에 싸서 우리 동네 가슴속에 넣어 보자 구름 한 움큼 보듬어다가 우리 동네 어깨 위에 걸쳐 놓자 누워있는 우리 동네 하늘처럼 파랗게 꿈꾸는 우리 동네 햇빛처럼 부시게. 안영옥 약력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2020-01-13 19:38

한손은 엄마 손을 잡고 한손은 장난감트럭의 끈을 잡고 세 살 박이 아기가 뒤뚱뒤뚱 봄 길을 간다 목련꽃잎 같은 어린 발자국이 시늉하며 뒤 따라간다 트럭에 행복이 가득 실려있다 아득한 기억의 저 편에서. 강만 약력 ▶‘시와 시학’으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푸른 단검’ 외 다수…2020-01-13 19:38

빈 상자와 폐지 뭉치들이 위태롭게 고개를 넘고 있다. 한 줄기 회오리바람이 불자 상자와 폐지들이 휘청거린다. 이어서 손수레까지 들썩거린다. 위태로운 한낮의 곡예, 바람 빠진 타이어가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에 착 달라붙어 질척하게 떨어지지 않는 여름 한낮, 질주하는 트럭과 자동차 사이를 뼈만 앙상한 노인같이 …2020-01-13 19:38

어린 시절 앞뜰 울타리에 서러운 무궁화 꽃이 곱게 피어 있었습니다. 왜풍에 시달리면서도 끈질긴 몸짓으로 고고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삼천만 가슴마다 뜨겁게 태극기 휘날리며 붉게 피어 있었습니다. 해방 칠십사 년 긴 세월 흘렀건만 무궁화 꽃 축제는 찾아 볼 수가 없고 벚꽃 축제만 삼천 리 강산…2019-12-23 19:34

하늘 바다에 새벽 배 떠가고 있어 어디로 가는 가 누가 노 저어 안가는 뜻 가고 가는 뱃길 있는 가 어두운 새벽 가는 길 불 밝히고 찾아가 동녘하늘에 밝은 태풍이 불어오니 가라앉지가 점점 보이지 않고 밝은 태풍 올라올수록 하늘바다 더 파란고. 세상도 더 밝아져 고향 가는 가 서쪽으로 가고…2019-12-23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