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획보도인 ‘유니버셜 디자인 광주’를 결산하는 좌담회가 지난 6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광주가 명실상부한 민주·인권·평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배려와 공존을 염두에 둔 도시 환경을 구축하고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민주·인권·평화 도시 구현을 위한 유니버셜디자인 광주’를 결산하는 좌담회가 지난 6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조덕진 광주시 여성청소년정책관, 김상근 문화동주민자치위원장, 이순미 한국건축가협회 공공봉사위원장, 김용목 실로암사람들 상임대표 등 각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박만규 전남대 5·18연구소장(역사교육학과 교수)은 전자우편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걷기 편한 길을 만들자’, ‘턱을 없애자’, ‘열린 공원을 만들자’, ‘열린 사회 만들자’, ‘참여는 아름답다’ 등 총 5부(34회)로 나뉘어 보도된 유니버셜 디자인 광주 시리즈를 되돌아보면서 장애·비장애, 남·녀, 노·소 구분없이 시민 모두가 살기 편안한 도시 환경을 갖추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공존하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하면서 광주지역사회의 발전방안을 제시한 ‘유니버셜디자인 광주’ 시리즈에 고마움을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이순미 다양성, 인간의 존엄성을 배려로 인본 디자인 도시 건설
조덕진 품격 있는 도시, 행정기관·전문가·시민이 함께 만드는 것
김상근 주민 참여형 문화 향기 퍼져야 진정한 문화도시 꽃피워
박만규 시민사회 연대와 공동체 의미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 필요
김용목 경사로·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출입 자유로운 환경 갖춰야


▲김용목 목사=광주매일신문이 지역사회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1월 1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4회 동안 특집보도한 걸 칭찬하고 싶다.
대중성이 약한 제목과 주제임에도 만 1년 가까이 도시환경은 물론 사회분위기 및 제도까지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발전 방안을 제시한 건 대단하다.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
먼저 도시 환경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도시의 중심을 자동차에게 내주고, 사람들은 가장자리로 내몰려 있다.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다시 사람이 살만한,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유니버셜 디자인, 배리어 프리(barrier-free)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광주가 정말 광주다운, 사람이 존중받고 행복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 안고 가야 할 문제다.
말로만 되풀이하지 말고 직접 실천에 옮겨야 한다. 건물 입구에 “어서오십시오 환영합니다”같은 글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 건물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다면 이건 장애인을 진짜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갖춰져 있다면 “환영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없어도 장애인은 환영받는 것이다. 광주의 도시 환경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이순미 위원장=김 목사님 말씀에 공감한다. 도시에 꼭 건강한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나 어린이,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도시가 건축될 때 건강한 사람 위주로 디자인 되는 것이 문제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개념으로 바꿔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광주는 물론 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자동차’, ‘건강한 사람’ 위주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이다. 차도 때문에 인도가 끊어지고 보도블록 곳곳이 깨져 있어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인도를 걷는데 불편을 주는 현실이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나 공연장·체육관 등의 장애인 시설도 문제점이 많다.
외국의 경우 장애인만 배려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항상 보호자를 대동하고 오기 때문에, 장애인과 함께 온 사람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장애인석과 동반석이 함께 마련돼 있다. 외국은 이런 게 당연한 것이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별도로 구별된 것이 또 다른 차별 아닌가 싶다.
이제껏 우리는 경제적·물질적인 것만 좇아 살아왔다. 이제는 다양성, 인간의 존엄성을 배려해 디자인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나 건축물,공원 등은 ‘유니버셜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해 정말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광주가 인본 디자인 도시를 선언했으므로, 그 취지를 살려 다른 도시 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조덕진 정책관=먼저 지역 사회에 대해 고민과 애정을 담은 기획 시리즈에 감사드린다. 이 시리즈를 계기로 광주가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마음을 열고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러 시설물을 디자인 할 때 약자가 갖는 차이를 인정하되,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남성보다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화장실 디자인, 비장애인보다 주차 시간이나 공간이 더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등 그들에게 시혜적으로 베푼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함께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
사실 주위에는 반인권적인 경우가 많다.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여성이 갖는 특수성, 장애인이 지닌 특이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배려할 줄 아는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광주시의 정책적 노력 뿐 아니라 지역 언론이나 전문가,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문화동 프로젝트’는 특히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김상근 위원장=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건물 하나로 변모되지 않는다. 문화의 향기가 퍼져야 한다. 문화동에서는 2000년부터 아름다운마을 만들기 사업이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민들의 참여 덕분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주민의 참여’다.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고 주위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주민의 작은 참여가 모여서 문화벨트지구로 개발된 것이다.
광주의 도시환경이 광주 시민 누구라도 편안하게 생활가능하도록 변하기 위해선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시민 각자가 의식을 갖고 주위의 작은 것부터 바꾸고자 노력할 때 광주는 민주·인권·평화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는다. 말로만 구호를 외칠 게 아니다.
▲박만규 소장=광주가 진정한 민주·인권·평화로서의 도시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외관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제 내부의 삶의 모습을 바꾸고,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차를 운전해 보라. 빨간 신호등에 대기하고 있으면, 뒤에서 빵빵거린다. 언제부터 광주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일상의 작은 것들이 도시의 모습을 만들고 그 도시가 다시 사람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김용목 목사=광주가 진정한 사람중심의 ‘인본도시’가 되기 위해선 가치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 믿는다. 당사자인 지역민들의 참여는 꼭 전제돼야 한다. 또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당사자들의 참여 없으면 실질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도시는 우리 세대에 완성되고 우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내가 사는 집이나 내가 사용하는 건물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후손 대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해야 될 모두의 자산이고 유산이다.
그런 안목과 철학을 갖고 처음 시작부터 잘 해야 한다. 사람이 존중받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노력과 행정적인 뒷받침 못지않게 시민들, 당사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동적으로 나갈 수 있다.
▲김상근 위원장=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지역, 광역시, 국가까지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집단 이기주의로 사회 곳곳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로 자기주장만 외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져야 한다. 희생, 존중, 배려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게 중요하다.
▲박만규 소장=지금 광주는 민주도시로서의 내적 지지력이 갈수록 붕괴되고 있는 것 같다. 1990년 중반 이후 이른바 ‘5·18 정신’으로 비롯된 광주의 도덕적 우월성과 내부의 민주적 조절력은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 특히 도청별관 논쟁 등 일련의 지역 현안에서 표출된 갈등 상황을 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와 협력의 민주적 절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실감나게 한다.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지역의 주요한 현안은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제각각 분해되고 자기화하려는 욕구만 분출되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5.18정신’을 끌어들이는 데, 이것은 참 낯 뜨거운 행동들이다. 시민사회가 연대와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순미 위원장=광주매일신문에서 ‘유니버셜디자인 광주’ 시리즈를 진행한 건 꼭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장애와 비장애, 남성과 여성, 외국인, 노인, 청소년 등 구분없이 시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지역 문제를 이야기 한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건물, 거리, 공원, 사회 제도, 지역사회 분위기 등 모두가 평등하게 접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정과 시민단체, 시민들을 연결시켜 광주를 명실공히 민주의 도시, 인권의 도시, 평화의 도시로 가꾸었으면 한다. 공존과 배려,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이 여기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시민들도 지금은 불편함에 적응하지 말고 끊임없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끝> /특별취재팀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il Desian)=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가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 상품창조를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디자인계의 최신주제로 ‘평생 디자인’으로 불린다.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특정 부분의 약점을 보완하는 배려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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