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형태-생동(生動)’

작업하다 지쳐 잠들었을 때 꿈속에서도 생시와 같이 구름을 그릴 때가 종종 있다.

일종의 강박상태라 생각해 보지만 ‘절실함’일 때가 더 많다. 꿈속에 나타나는 표상은 현실 체험과 관련이 있는데 융합·치환(置換)·상징·형상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꿈의 특징은 현실계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표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꿈의 세계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내 작업을 통해 나타난다.

나는 일란성 쌍둥이 중 동생으로 태어났다. 형님은 아버지가 별이 굉장히 빛나는 밤을 태몽으로 꾸어 이름에 별 ‘성’(星)자가 들어갔다. 나는 어머니가 고삐가 긴 통제가 안 된 황소를 끌고 맑은 개울을 건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만상의 구름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지는 꿈을 꾸어 구름 ‘운’(雲)자인 이름을 가지게 됐다.

운명을 생각할 때면 부모님의 태몽에서 이미 내 화업의 메타포로서 구름을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영면하기 전날에도 예지몽을 꾸었다. 어머니가 수의를 입으신 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시는 꿈이었고, 입관식 날 밤에는 어머니가 주신 보자기 매듭을 풀자 하얀 양떼구름이 파란 하늘로 피어오르는 꿈이었다.

꿈을 ‘인간의 영적(靈的)인 활동의 산물’이라고 믿는 나는 어머니 가시는 마지막 길에 주신 구름이 미래에 전개될 어떤 작업의 전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구름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에서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은 꿈과 방랑을 상징했다면, 중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 수행과 겸손이었다. 그리고 지금 육체와 마음의 화음(和音)이 변함으로써 구름이라는 화성(和聲)이 달라졌다.

이순(耳順)에 들어선 구름은 과연 어떤 구름으로 표현될지 내 자신을 믿어본다.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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