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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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너른 품에 안겨 한국의 인심과 情에 취하다
키우리산악회와 함께 떠난 지리산

  • 입력날짜 : 2015. 07.21. 19:42
성삼재에서 바라 본 지리산 풍광.
한국정부의 초청장학생으로 대한민국에 온지 벌써 한해가 지났다.

이번 첫 학기 전남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지도교수인 박성수 교수를 비롯, 여러 교수님들의 각별한 배려와 지도로 당초 크게 우려했던 한국 생활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박 교수는 북구청 건너편에 있는 탄자니아 커피숍에 데려가 모국의 정을 느끼게 해 주시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광주에서 열린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고국 탄자니아 선수단이 참가하게 돼 나로서는 고국에서 온 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흐뭇한 시간이 됐다.

미나 카심 무사 전남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과정 탄자니아 공무원
탄자니아 선수단은 선수단장을 비롯, 수영 1명, 육상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초미니 선수단이지만 내게는 30여명 아니 3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것처럼 기쁘고 의미가 컸다.

선수단은 경기를 마친 후 탄자니아 선수단 서포터즈단장을 맡은 박성수 교수와 함께 다양한 관광과 산행을 했다.

지난 11일 지리산행은 그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국산학협동연구원(KIURI)의 정기 산행일인 이날 필자와 탄자니아 선수단은 함께 산행에 나섰다. 산행 목적지는 지리산.





“이순간을 영원히…” 성삼재에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 한라산, 한국민속촌, 휴전선의 비무장지대를 가 볼 기회가 있었지만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지리산은 처음이다. 그러기에 전날 밤 설레는 마음에 단잠을 설치기도 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 광주비엔날레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그 넓은 주차장에 엄청난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어안이 벙벙했다. 고국 탄자니아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기 때문이다. 산행버스로 다가가자 여기저기서 키우리산악회원들이 일행을 반겨 줬다. 처음인지라 매우 생소하고 다소 당황했지만 회원들의 따뜻한 배려로 금방 친숙해 질 수 있었다.

우리는 지리산에 도착할 때까지 차 속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맛있는 떡이 입맛을 돋우었고 등산로 입구에서 건배주로 마신 막걸리는 우리의 기분을 딱 좋게 만들어 줬다.

수영선수로 다부진 몸매를 가진 사빌라는 한사코 A조에 달라붙어 15㎞산행을 하려고 했지만 신발상태가 좋지 않아 계곡 따라 트레킹을 하는 우리 B조에 합류했다.

산행중에 잠시 포토타임.
피아골의 우거진 숲 속을 계속 걸어가노라니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았다.

탄자니아에서는 느끼지 못한 아늑하고 신선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잘 정돈된 트레킹 코스와 안내문을 보면서 새삼 한국이 매우 선진국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에서도 가끔 산을 오르곤 하지만 이처럼 단체로 산행을 한 경우는 거의 없어 단체 산행에서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다.

한 시간 남짓 걸어 올라가니 숨이 가빠지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일행은 서둘지 않고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산을 올랐다. 한참을 가니 점심시간이다.

일행이 둘러앉기 편한 곳을 찾아 배낭들을 내려놓고 각자 싸온 도시락들을 꺼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준비해 온 도시락을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한국의 술’ 막걸리도 함께 마시고, 기념품도 교환하며, 잊지못할 추억을 한아름 안고 갑니다.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음식문화가 달라 한국에 온 후 처음에는 다소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익숙해졌는데 이날의 산행 오찬은 그 어느 때보다 맛있고 감회가 달랐다. 특히 ‘찰밥’은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도 딱 맞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탄자니아 선수단과 회원들의 친밀감은 더했다.

이희석 총무는 100m여자육상선수인 나이스(여)에게 장난을 치며 물을 뿌렸다. 나이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물을 퍼부어 댔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일행이 나이스를 들어 물속에 풍덩 빠뜨렸다. 나이스선수는 본의 아니게 수영선수가 되고 말았다.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나이스도 일행 중 한명이 건넨 여벌의 옷으로 바꿔 입으면서도 매우 만족했다.

이렇게 형제자매처럼 옷도 바꿔 입을 정도로 서로를 위한 한국인모습을 보며 우리 탄자니아사람들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탄자니아에서도 이웃을 내 몸처럼 아끼는 우분투(ubuntu) 정신, 마음을 서로 열고 기꺼이 도우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아는 아프리카 전통사상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 광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뒤풀이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나인 회원과 나이스는 이름이 비슷해 자매가 되자고 약속했고, 그 정표로 나이스는 목에 걸고 있던 토속적인 목걸이를 나인회원에게 걸어 줬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난 나인씨는 울먹이며 벅찬 감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또 버스 안에서 조학행 교수님의 제안으로 모자에 십시일반 희사금을 모아 탄자니아 선수단장에게 건네주었다. 마공고단장은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인들의 사랑과 친절을 고국에 돌아가면 국민들에게 꼭 전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님은 저의 가족 초청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하자 이영길 사장님, 김병철 사장님이 앞장서서 적지 않은 금액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는 하루가 되었다.

이처럼 따뜻한 한국인, 정이 많은 키우리가족들의 사랑을 훈훈하게 느끼는 지리산 산행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결심했다. 전남대학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고 탄자니아에 돌아가면 꼭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데 앞장서는 고위직공무원이 되겠다고. /글=미나 카심 무사 (탄자니아 공무원)

/사진=이광호=광주매일신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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