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누가 가시밭이라 했던가 산 넘고 강 건너 멀리 왔더니 어둠속에 보이는 험한 삶의 길이 가슴속 깊이 파고 들어 눈물 짓는다 산 넘고 강 건너 찾아온 그곳에는 행복도 불행도 보이지 않네 현재는 늘 위태로운 삶이지만 지나온 인생은 흘러간 강물처럼 아쉽기만 하다. 노년이 돼…2018-10-15 18:37

마른 대지 온기 없고 까칠한 흙더미에 만물의 주인이 생기를 부으니 봄날이 푸른 싹을 틔워 꿈틀 꿈틀 생명을 잉태 합니다 그저 해가 뜨고 날이 저물기까지 농부는 허리를 구부려 땅의 숨소리를 기다렸을 뿐인데 하늘은 지붕을 열어 비를 내려서 물을 적셔 주었으며 뜨거운 태양은 싹을 살찌우게 하고 키가 자라게 하…2018-10-15 18:37

29년간 살던 우리 집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아파트 생활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지만 단독주택만을 고집하는 아내는 땅값이 다소 올랐을 때 집을 팔고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을 마련하자고 했다. 나와 상충한 의견이었지만 아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정든 집을 팔고 새집을 구하러 쏘다녔다.…2018-10-01 18:58

바람과 시간도 삼복더위 피하여 찾아든 백운산 어치계곡, 그늘이 먼저 목 좋은 곳, 자리 깔고 앉아 반긴다 물은 하얀 물잎새를 물고 돌 무덤들 같은 바위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흩어졌다 또 다시 일어섰다 쉼 없이 부딪치고 스러지면서도 먼 산 골짜기, 한적한 한 귀퉁이에 눌러앉지 않고 섬진강을 향해 흘러가…2018-10-01 18:58

뜨겁게 휘감던 여름날의 치마꼬리를 다잡아 멈춰 세우는 이 있어 쪽빛 하늘에 구름은 두둥실 떠가고 강변 둔치의 때 이른 코스모스도 제 세상 만난 듯 화색이 완연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매미소리도 종적을 감추고 처서 지난 서늘한 바람결 진한 커피 향과 솔베이지의 선율에 숨죽였던 심상…2018-10-01 18:58

누구의 그림일까 하늘 끝을 물들인 버얼건 생채기 한 나절 작열하는 불덩어리 넘어가기 아쉬워 잠시 머물고파 내 살찐 영혼은 조금은 고독한 척 눈시울 적신다. 대상없는 그리움 여린 소녀의 무지개 꿈 이글거리는 광채 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그건 줄리엣 눈빛보다도 매혹적이었으리라 오! 내…2018-10-01 18:58

내 인생에 있어 문방사우(文房四友)는 나의 오랜 친구 이자 청념의 발원이요 봉사정신의 길이었다고 자화자찬을 하면 남들이 웃을까. 나의 졸필이 바깥세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5.16 군사정변이 발발하던 열일곱 살 때의 일이다. 쿠데타에 성공한 군사정부는 6개항의 혁명 공약을 선포하고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2018-09-10 19:01

내 마음의 문을 조심조심 열어 붉은 하늘과 맞닿은 새벽 바다의 고요를 안아본다 그 고요 속에서 누구보다 먼저 깬 실바람이 정원의 어린순을 깨운다 그 고요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구름도 발뒤꿈치를 들고 있고 바다의 고요가 키운 빛깔도 으스대지 않고 빛깔을 낮춘다 고요를…2018-09-10 19:01

여행객들 가득 찬 터미널 안 서성대는 인파들 사이에서 몇몇이 모여 손으로 쓰는 붓글씨 필체가 나비 날갯짓처럼 우아하다 손으로 그려낸 말 마음의 귀 열어 목청 높이지 않아도 잘 알아듣는 침묵의 언어 끄덕끄덕 고갯짓 연신 날리며 허투루 날리는 손짓 하나 없다 진지한 대화가 눈동자 속에서 이야기 꽃…2018-09-10 19:01

한 줌의 재로 남았다 억겁의 인연을 비우니 눈이 짓무르도록 붉어지는 가을 이별의 아픔은 햇살을 가른다 흙에서 시작된 생명이라 흙으로 보낸다 지난했던 세월 가득 묻은 한지함 몇 년 동안 녹고 녹아 살면서 피우지 못한 꽃이 되려고 마지막 인연의 끈도 거둬간다 아픔 없는 별을 찾아 …2018-09-10 19:01

2018년 7월 12일(목)은 음력 5월 29일이다. 그날 10시,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소재 ‘광주·전남 충·의사 호국충혼탑’ 앞에서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탑은 한가운데 지구모양의 동그란 구조물이 있고 그것을 감싼 물방울 모양의 탑이 높게 서 있으며 거기에 ‘光州全南(광주전남) 忠義士(충의사) 護國 忠魂塔(호국 충…2018-08-27 18:40

며칠 전부터 내 눈이 머무는 화단 한 구석 고운 눈길 보내는 장미의 유혹 새빨간 그 빛깔이 나를 사로잡는다. 푹 빠지고 싶은 그 고혹적인 눈부심 일 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어 오늘의 그 사연 알알이 박혀 온다. 긴긴 겨울 이겨 내고 이제야 나누는 맘과 맘의 교감 천지창조 전설이 피어나듯 여기저…2018-08-27 18:40

바윗종이에 달밤의 사연을 새겨 시루떡으로 쟁인 비밀 전기수 갯강구를 풀어 낱낱이 바르고 싶다 * 전기수 : 예전에,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던 사람 채석강은 바위형상이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모습이어서 마치 거대한 서재를 연상시킨다. 이 바위 책에는 무슨 사연이 기록돼…2018-08-27 18:40

너는 내 어머니의 의지인가 소박한 그 자태 찬바람 속에 더욱 고아하구나 언젠가부터 먼지 나는 길섶에 고난 이기고 애오라지 맑게 피어나 오늘은 환한 미소 짓는다 코스모스 단아한 향기 사이로 애옥살림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신다 밤이나 낮이나 이 못난 자식 걱정하시며 한세월 자식 위해 바친 정성 눈물 되…2018-08-27 18:40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감기몸살이 따라붙더니 입맛까지 잃어버렸다. 약을 먹어도 듣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다. 혹시나 하고 산부인과로 가니 임신 3개월이란다. 시간이 갈수록 입덧은 심해져 살아 있다는 것조차도 귀찮았다. 물 한 모금 마시면 하수구에 엎드려 노란 물만 토해내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퇴근한…2018-08-13 19:21